SK 시스템 변화, 뛰는 야구 원점으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5 06: 19

‘뛰는 야구’를 공언했던 김용희 SK 감독이 자신의 철학을 잠시 접어둔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무리하게 입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뛰는 전력들이 정상화에 이를 때까지는 당분간 다른 방면에서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롯데 감독 시절 KBO 리그의 기동력 야구를 선도하며 큰 바람을 일으켰던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SK 감독으로 취임하며 어김없이 ‘기동력 야구’를 기치로 내걸었다. 단순한 도루 시도뿐만 아니라 적극적이고 영리한 베이스러닝으로 상대를 흔들어놓겠다는 것이다. 롯데 시절 호흡을 맞췄던 조 알바레스 코치를 영입하고 전지훈련에도 상당 부분 시간을 할애하는 등 공을 들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성적은 저조하다. 4일까지 올 시즌 SK의 도루 성공은 총 17차례로 리그 8위에 처져 있다. 반대로 도루 실패는 10번이나 됐다. 성공률 측면에서 그다지 만족할 수 없는 수치다. 여기에 무리한 주루 플레이가 경기의 맥을 끊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아직 뛰는 야구에 길들여지지 않은 선수들이 의욕만 앞세우다 루상에서 잦은 횡사를 연출했다.

김용희 감독도 이런 실패에 대해 솔직히 인정했다. 김 감독은 “우리가 생각하는 뛰는 야구를 할 만한 여건이 아직은 100%라고 할 수 없다”라면서 “오히려 선수들이 부담만 가지는 것 같다. 일단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에 대한 완성은 뒤로 미룰 생각이다”라고 시스템 변화를 예고했다. 뛰는 야구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상 지금은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뛰는 야구에는 기동력이 좋은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 팀 전체적으로 고른 기동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삼성과 같은 팀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SK는 아직 그런 여건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현재 SK의 1군 붙박이 주전 선수 중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수행할 수 있는 선수는 이명기 박계현 정도다. 하지만 두 선수의 주루 플레이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여기에 시즌 초반 출루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도 장애 요소였다.
팀 내에서 가장 도루 성공률이 높은 축에 속하는 조동화, 그리고 최고의 준족인 김재현은 출전 시간이 들쭉날쭉하다는 장애 요소가 있다. 원래 잘 뛰던 선수들의 기동력이 감소한 것도 팀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2009년 33개의 도루를 기록했던 박재상은 2010년 이후 47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데 그쳤다. 20-20 단골손님이었던 최정 또한 지난해 도루 개수는 7개에 불과했고 올해는 거의 뛰지 않고 있다. 20개 이상의 도루를 할 수 있는 김강민이 부상으로 빠진 것도 뼈아픈 손실이다.
때문에 기동력 전력이 좀 더 안정되기 전까지는 계획을 잠시 접어둔다는 심산이다. 대신 좀 더 안정적인 희생번트나 작전을 통해 진루를 꾀할 가능성이 커졌다. 잘못된 점을 곧바로 인정하고 수정한 SK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뛰는 야구에 대한 가능성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