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IT 공룡 ‘퀄컴’이 우리나라 전시장에 왔다. 그런데 전시의 주제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IT가 아니다. 전기자동차 전시장에 번듯하게 퀄컴이 부스를 마련했다. 퀄컴이 가지고 온 기술은 ‘전기자동차 무선충전 시스템’이다.
퀄컴은 3일부터 6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에 독립 부스를 열고 강력한 효율을 자랑하는 ‘헤일로(Halo)’ 시스템을 소개했다.
‘헤일로’는 2011년 퀄컴이 인수한 무선충전 시스템 개발 회사의 이름이지만 인수 이후에는 미래 핵심 먹거리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퀄컴의 무선충전 사업부문이다.

‘퀄컴 헤일로’의 무선충전 시스템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6 출시를 계기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과 같은 원리다. 자기유도방식의 무선충전 시스템을 자동차에 접목해 편의성을 극대화 했다.
거추장스러운 선이 없으니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퀄컴 헤일로의 슬로건도 그래서 ‘No Fuss, Just Wireless’이다. ‘거추장스러운 것은 필요 없다, 무선이면 된다’고 외치는 퀄컴 헤일로다.
퀄컴 헤일로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 된다. 우선은 주차면에 설치 되는 충전판(BCU)이다. 이 충전판은 전원과 연결 돼 있고 리시버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또 하나는 차량 하부에 설치 되는 리시버 즉, 충전지(VCU)이다. 충전판과 충전지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은 ‘자속관’이 만들어지면서 전기에너지가 전송이 된다. 나머지 하나는 충전 상황을 알려주는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주차장에 설치 될 수도 있고, 차량 내부에 설치 될 수도 있다. 또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스마트폰에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제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해결이 됐다. 남은 숙제는 효율이다. 킨텍스 부스에서 만난 ‘퀄컴 유럽’의 사이먼 아버스노트 사업 개발 수석 디렉터는 “유선 충전(플러그인)의 90% 이상 충전 효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충전판과 충전지를 정확히 맞출 필요도 없다. 자기유도가 가능한 범위에만 들어가면 ‘자속관’이 형성되기 때문에 차체가 높은 SUV도 문제가 없다. 주차 위치에서 무선충전이 제대로 되고 있는 지, 어느 정도 충전이 진행 됐는 지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에게 바로 알려준다. 충전판과 충전지 사이에 동전과 같은 금속물질이 올려져 있을 경우에는 충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모니터링 시스템이 경보를 준다.
사이먼 아버스노트 퀄컴 유럽 사업 개발 수석 디렉터는 “아직 한국 기업과는 공급 계약이 이뤄진 것은 없지만 다향한 경로를 통해 협의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5년 내 22개 차종의 친환경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퀄컴 헤일로는 이미 BMW의 전기차 부문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통해 기술을 공급하고 있고 포뮬러 E 챔피언십의 세이프티카(safety car)에 무선 충전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퀄컴 헤일로는 장기적으로 도로에 무선충전시스템을 깔아 차가 그 구간을 달리면 자동적으로 전기가 충전되는 시스템도 구상하고 있다.

기존 플러그인 전기차량에 무선충전 시스템을 설치할 수도 있다. 아버스노트 수석 디렉터 수석는 “플러그인 전기차에 리시버(충전지)를 설치하고 배터리 프로토콜을 바꾸면 기존 유선 전기충전 차량도 얼마든지 무선충전차로 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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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헤일로의 무선충전 시스템을 갖춘 닛산 리프와 차량 앞 쪽에 설치 된 충전판. 아래 사진은 퀄컴 유럽의 사이먼 아버스노트 수석 디렉터가 차량에 설치 되는 무선충전 리시버를 들고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