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미정' 롯데의 박세웅 활용법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6 05: 50

좋은 재목이 팀에 들어온 것은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그 재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 롯데가 ‘차세대 에이스’ 박세웅(20) 활용을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 불펜 시나리오도 있지만 선발로 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2일 kt와의 4대5트레이드를 통해 젊은 선수들을 대거 수혈한 롯데는 일단 박세웅이라는 즉시 전력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kt에서도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려고 노력했던 박세웅은 반대급부로 kt에 간 장성우와 더불어 이번 트레이드의 가장 굵직한 이름으로 손꼽힌다. “장기적으로 두 자릿수 승수가 가능한 박세웅을 얻은 롯데가 이번 트레이드의 승자”라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이런 박세웅은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4-10으로 뒤진 9회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 동안 1피안타 2사사구 1실점을 하고 사직 데뷔전을 치렀다. kt에서는 사실상 토종 에이스의 몫을 하며 두둑한 배짱을 보여준 박세웅이지만 아무래도 새 팀, 새 환경에서 가지는 첫 경기에서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5일 경기는 첫 등판의 비교적 좋은 무대였다.

경기 결과보다는 벤치의 향후 활용성에 더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경기 전 박세웅의 활용법에 대해 아직은 유보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당장은 불펜에서 활용하겠지만 몇 경기 던지는 모습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몇 차례 경기에서 짧은 이닝을 소화하며 팀에 적응의 시간을 준 뒤 가장 어울리는, 그리고 팀이 가장 필요한 곳에 박세웅 카드를 끼어 넣겠다는 심산이다.
일단 불펜으로서의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는 두 명의 외국인 선수(린드블럼, 레일리)와 송승준 심수창 이상화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송승준까지는 붙박이다. 심수창은 올 시즌 초반 팀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선수 중 하나다. 비록 5일 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이상화 또한 시즌 초반 페이스가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롯데 불펜은 붕괴 일보직전이다. 강영식 정대현 등 베테랑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안정화를 장담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2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박세웅이 가세한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박세웅의 올 시즌 초반 빠른 공 구속은 140㎞ 초·중반대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전념할 수 있는 불펜에서 뛴다면 우완 강속구 투수로 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미 고교 시절에 140㎞대 후반의 공을 던진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깨도 싱싱하고 비교적 배짱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빠른 공과 체인지업의 조합은 ‘한 번 상대하는’ 타자에게는 대단히 위협적일 공산도 크다.
다만 불안감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박세웅은 고교 시절에도 선발, 그리고 kt 입단 이후에도 쭉 선발로만 뛰었다. 지금 리듬 자체도 선발에 맞춰져 있다. 불펜 보직이 낯설다. 불펜투수로서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 데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배짱이 좋다고 해도 베테랑 선수 또한 긴장하는 것이 불펜투수들의 등판 상황이다. 이상화가 앞으로 몇 번 더 주어질 기회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면 박세웅의 선발진 투입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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