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많이 했는데도 영 시원치 않다.
고액 연봉을 주고 데려온 LG 트윈스 외국인 선수 두 명이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겨울 60만 달러를 들여 영입한 헨리 소사만 고군분투 중이다. 90만 달러의 루카스 하렐, 100만 달러의 잭 한나한은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되고 있다.
일단 둘 다 정상이 아니다. 먼저 루카스는 마운드에서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막강한 구위를 지니고 있음에도,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 혹은 팀 동료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 금방 무너진다.

지난 5일 두산전서도 번트 타구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흔들렸고, 위기서 탈출하지 못했다. 급격히 제구력이 떨어졌고, 집중타를 맞기 시작했다. 땅볼 유도에 유리한 패스트볼과 각도 큰 커브에 체인지업까지, 리그를 호령할 무기를 지니고 있으나, 정신력이 너무 약하다. 적은 투구수로 쉽게 이닝을 먹다가도, 위기만 찾아오면 삼류 투수가 된다.
사실 LG에 있어 시즌 초반 루카스의 활약은 필수였다. 류제국과 우규민이 없는 만큼, 소사와 함께 많은 이닝을 소화해줘야만 했다. 그런데 현재 루카스의 성적은 처참하다. 7경기 34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 4패 평균자책점 7.60 WHIP 1.83 피안타율 2할8푼3리를 찍고 있다. 경기당 평균 4⅔이닝만 소화하며 불펜진을 소모시킨다.
양상문 감독은 루카스 영입 당시 루카스가 제구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루카스는 2012시즌 휴스턴에서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으나, 2013시즌부터 제구 불안으로 급추락했다.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최근 부진한 이유가 투구 밸런스에 있었다. 이 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루카스의 제구력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루카스는 KBO리그에서 매 경기 마치 유리처럼 산산조각나고 있다.
한나한은 지난 1월말부터 종아리 통증을 느꼈고, 아직 1군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만 해도 개막전 출장을 장담했으나, 복귀시점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내야수비와 간결하고 정교한 타격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모든 게 물음표다. 종아리 통증에서 탈출하니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지금도 수비는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LG 내야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루 돌려막기’를 진행 중이다. 정성훈 양석환 김영관 백창수에 이어 지난 5일 경기에선 손주인까지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한나한을 통해 무주공산 핫코너에 철벽을 쌓으려 했던 것은 그저 꿈이었다.
일단 양 감독은 “한나한이 현재 타격은 되는 상황이다. 급하면 타격을 보강하기 위해 써볼까 생각 중이다. 그럴 경우 한나한은 1루나 지명타자로 나가게 된다”고 밝혔다. 한나한이 수비는 안 되더라도 침체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나한은 빠르면 다음 주 1군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 감독을 비롯한 현장의 인내심도 한계와 마주한 만큼, 기회가 많지는 않을 듯하다. 10경기 이내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교체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LG는 매년 외국인선수 문제와 직면해왔다. 최근 10년 중, 2011시즌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 선발투수 듀오를 영입한 것 외에는 단 한 시즌도 외국인선수 영입이 완벽했던 적이 없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LG 구단 홀로 저비용 고효율 정책을 펼쳤다가 완벽히 실패했다. 조쉬벨 리오단 티포드 스나이더 모두 기대 이하였다. 그나마 리오단이 꾸준히 이닝을 먹어줬지만, 시즌 후반 중요한 경기에서 자기 역할을 못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매번 다른 팀과의 외국인선수 영입 경쟁에서 밀린다는 점이다. 2014시즌을 앞두고 브렛 필 영입을 시도했으나, 필은 KIA의 손을 잡았다. 지난겨울에는 현재 kt서 뛰고 있는 앤디 마르테, 그리고 삼성에서 활약 중인 알프레도 피가로를 노렸는데, 역시나 실패했다. 마르테의 경우, 시즌 후 양상문 감독이 직접 도미니카리그에서 지켜봤음에도 kt 유니폼을 입었다.
루카스가 계속 부진하고, 한나한이 1군 경기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미 kt와 두산이 외국인선수 교체를 결정, 해외에 스카우트를 파견한 상태다. 이대로라면, 지난겨울과 똑같은 일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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