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수비는 부족하다".
한화 정근우(33)는 지난 3일 대전 롯데전에서 수비 실책과 함께 타격에서도 결정적인 병살타로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경기 직후 김성근 감독에게 수비 펑고를 받고 녹초가 돼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몸은 지쳤지만 그는 다시 방망이를 들고 특타까지 했다. "나 때문에 팀이 졌다"며 스스로 이를 갈고 독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김성근 감독은 수비만 시키고 돌아갈 것을 지시했지만 정근우는 스스로 남아 특타까지 다 소화했다. 월요일 휴식일에도 대전 홈구장에 나와 연이틀 알아서 특타를 소화했다. 개인 최고 타율을 기록했던 지난 2009년 SK 시절 비디오를 찾아볼 정도로 타격감 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결과 5일 대전 kt전에서 5회 결승 만루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4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좌측과 우측으로 2개씩 타구를 보냈다. 특히 8-8 동점으로 맞선 5회 2사 만루에서 kt 이창재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가운데 높게 들어온 141km 직구를 놓치지 않고 비거리 110m 좌월 만루홈런으로 장식했다.
정근우는 "아무래도 특타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과정이 더 길어질 수 있었다. 초반에 워낙 방망이가 안 좋았다. 왜, 무엇이 안 될까 싶어서 감독님과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다"며 "특타를 통해 기분 좋게 마음이 어느 정도 풀렸다. 특타를 할 때 감이 살아났고, 그 느낌을 이어가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수비는 불만족이었다. 3회 김민혁의 1~2루 사이를 빠질 듯한 타구를 다이빙으로 건져낸 뒤 1루 송구로 아웃시키는 '악마의 수비'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정근우는 "솔직한 이야기로 다이빙할 거리는 아니었다. 타구를 조금 더 따라가서 다리로 잡아야 하는 것이었는데 움직임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다리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풋워크와 순발력을 운동을 많이 해서 다음에는 다이빙을 하지 않고, 수비 범위를 넓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턱을 다친 뒤 훈련량이 부족한 상태"라며 그에게 펑고를 한 것도 질책이 아닌 훈련이란 것을 강조했다.
이날 정근우의 만루 홈런과 함께 한화는 김경언의 스리런, 김태균의 투런 홈런이 터졌다. 1982년 개띠 친구들이 다 함께 홈런포를 쏘아 올린 것이다. 정근우는 "친구 3명이 전부 홈런을 쳐서 기분이 좋다. 태균이나 경언이는 잘하고 있다. 그동안 나만 못해서 심적 부담이 있었는데 오늘을 계기로 나도 친구들과 함께 팀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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