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제라도 임지섭 제대로 키워야 한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5.06 13: 00

“아무래도 지섭이를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지난 3월 25일. 2015시즌 개막을 3일 앞두고 양상문 감독의 얼굴에는 찜찜함이 깊게 자리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2년차 신예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당시 LG는 어떻게든 류제국과 우규민의 공백을 메워야했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임지섭 임정우 장진용으로 토종 선발진을 확정지었다.
문제는 임지섭이 여전히 제구력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였던 3월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임지섭은 3⅔이닝동안 사사구 4개를 내주며 4실점했다. 4회초가 문제였다. 임지섭은 오재원을 상대로 머리로 향하는 실투를 던졌다. 오재원이 공을 피하며 사고는 면했으나, 오재원은 곧바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후 몸에 맞는 볼과 볼넷, 그리고 폭투를 반복하더니 유원상과 교체되고 말았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이 경기 후 임지섭은 2군행을 통보받았어야 했다. 이대로 1군 경기에 나서는 것은 임지섭에게 더 큰 충격을 안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일 임지섭의 공을 맞고 상대 타자가 부상이라도 당했다면, 상대 선수단은 물론, 팬들에게도 비난의 표적이 됐을 것이다. 임지섭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해보였다.
하지만 LG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선발투수 후보였던 유경국과 신동훈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코칭스태프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2군 캠프에 참가한 김광삼은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구위라도 좋은 임지섭에게 선발진 한 자리를 맡겼다. 양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임지섭이 1군에서 고전하더라도, 경험을 쌓으며 발전하기를 바랐다.
예상대로 임지섭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3일 잠실 넥센전까지 7경기 선발 등판했는데 상승세는 단 3경기에 그쳤다. 지난 4월 4일 잠실 삼성전에서 7이닝 6사사구 9탈삼진 노히트로 선발승을 거뒀고, 10일 잠실 두산전, 16일 잠실 KIA전까지 5이닝 이상을 버텼다. 그러나 이후 4월 22일 잠실 한화전부터 3경기 연속 조기강판 당하며 추락했다. 결국에는 지난  4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도돌이표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에도 임지섭은 아무 것도 갖추지 않은 상태로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데뷔전부터 선발승에 성공, 모두를 놀라게 했으나 이후 3경기서 볼넷만 남발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양상문 감독이 부임했고, 양 감독은 임지섭을 실전에서 배제시켰다. 2군에서 류택현 코치를 붙여 임지섭의 투구 폼을 뜯어고쳤다. 임지섭으로 하여금, 구위를 살리면서 제구력을 잡는 이상적인 단계를 밟게 만들었다.
그런데 실전이 부족했다. 선발투수로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법, 이닝을 길게 끌고 가고, 상황에 맞게 마운드를 운용하는 능력은 제로였다. 마음대로 제구가 되지 않아 자신과의 싸움에 급급했다. 메이저리그 특급 유망주도 마이너리그 6단계를 모두 밟으면서 성장한다. 임지섭은 이 단계를 건너뛰었다. 1군에서 버티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LG 구단은 지난해 여름 이천에 최신 2군 시설을 건립했다. 육성 시설만 놓고 보면, 10개 구단 최고다. 이곳에서 숙박하는 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드넓은 실내 연습장에서 언제든 자율훈련을 할 수 있다. 코치와 트레이너도 상주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터놓고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매일 매일이 전쟁인 1군과는 다른 환경이다.
아직 만 20세도 안 된 임지섭에게 알맞은 장소다. 1군 무대에 오르기에 앞서, 퓨처스리그부터 정복하는 것이 맞다. 당장은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낄지 몰라도, 부담없이 마운드에 오르면서 안 되는 부분을 하나씩 개선하는 게 결국 지름길이다. 선수 육성은 서두른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시간적인 여유도 있다. LG는 오는 주말 kt전부터 류제국을 선발진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2주 안으로 우규민도 합류한다. 앞으로는 무리해서 임지섭을 1군 선발진에 끼워 맞출 필요가 없다. 임지섭이 향후 리그를 호령하는 투수가 되기 위해선, 시행착오는 여기서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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