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했던 두 선수가 이제는 선발진의 ‘잇몸’으로 든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채병룡(33)과 박종훈(24)이 맹활약을 선보이며 팀 승리의 든든한 발판을 놨다.
채병룡과 박종훈은 5일과 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나란히 선발 등판해 호투하며 코칭스태프의 근심을 덜었다. 채병룡은 5일 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맞기는 했지만 5이닝 동안 2실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 첫 선발승을 따냈다. 공격적인 승부, 안정된 제구로 어린이날을 맞아 사직구장을 꽉 채운 롯데 팬들을 허탈하게 했다.
6일 경기에 나선 박종훈은 롯데의 힘 있는 타선을 맞이해 5⅔이닝 동안 1실점으로 잘 던졌다. 2012년 6월 7일 잠실 두산전 이후 무려 1063일 만의 선발 등판을 가진 박종훈은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면서 감격적인 프로 첫 선발승을 따냈다. 이날 롯데 선발이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임을 감안하면 다윗이 골리앗을 잡은 격이었다.

두 선수는 오키나와 전지훈련,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팀의 5선발을 놓고 다퉜다. 그러나 김용희 감독의 선택은 백인식이었고 이들의 시즌 개막 보직은 롱릴리프로 확정됐다. 주로 뒤진 경기나 크게 앞선 경기에 나서 필승조 선수들의 어깨를 아끼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SK 선발진에 변수가 생겼고 이들에게도 기회가 만들어졌다.
외국인 에이스 트래비스 밴와트의 부상이 첫 번째였다. 밴와트는 4월 16일 인천 넥센전에서 1회 수비 도중 박병호의 강한 타구에 오른발 복사뼈를 강타 당한 후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누군가는 대체 선발로 뛰어야 했고 이날 밴와트에 이어 2회부터 등판, 6이닝을 퍼펙트 피칭으로 막은 채병룡이 낙점을 받았다. 이어 백인식이 부진해 불펜으로 내려가자 또 하나의 선발 요원이 필요했고 박종훈이 그 몫을 대신했다.
대체 선발로 나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묵묵히 노력하며 기다린 두 선수는 주어진 기회를 모두 잘 살리며 코칭스태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박종훈의 경우는 기대 이상의 깜짝 활약을 선보이며 향후 입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남겼다.
채병룡과 박종훈의 활약은 팀 구상에도 큰 도움을 준다. SK는 밴와트가 5일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몸 상태가 100%는 아니라는 게 김용희 감독의 판단이다. 완벽한 상황에서 밴와트를 올리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구상이었는데 채병룡과 박종훈은 그 때까지 팀에 버틸 수 있는 힘을 제공하는 선수들로 거듭났다.
만약 박종훈이 이날 불안한 모습을 보여 확신을 주지 못했다면 밴와트를 둔 SK 벤치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종훈이 든든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팀 전략에 여유가 생기게 됐다.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승리였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