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적인 생애 첫 선발승이었다. 대체 선발로 나서 깜짝 호투를 선보이며 개인 경력에 새로운 이정표를 추가한 박종훈(24, SK)이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박종훈은 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트래비스 밴와트의 부상, 그리고 백인식의 부진으로 이날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은 박종훈은 이날 빼짱 있는 투구와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로 5⅔이닝을 버티며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였다. 이날 롯데 선발이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임을 고려하면 귀중한 1승이었다.
2012년 6월 7일 잠실 두산전 이후 무려 1063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긴장할 수도 있는 여건이었지만 씩씩하게 던지며 롯데의 힘 있는 타선을 상대했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35㎞, 대다수가 130㎞ 초반에 머물렀으나 워낙 낮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나오는 공에 롯데 타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2회 이후에는 제구도 괜찮은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6회에는 선두 손아섭의 유격수 땅볼 때 김성현의 실책이 나오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내색하지 않고 황재균을 병살타로 요리, 위기관리능력까지 보여줬다. 빠른 공과 커브 조합으로 롯데 타선의 방망이를 요리조리 피해갔다. 팀 동료들은 박종훈의 승리요건을 지키며 지원했다.
경기 후 박종훈은 “사실 어제 선발로 나간다는 통보를 받았다. 먹먹했던 것 같다”라면서 “그래서 선발 등판을 의식하지 않은 것 같다. 한 이닝, 한 이닝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라고 활짝 웃었다. 한편 퀄리티스타트에 아웃카운트 하나가 모자랐다는 질문에는 “전혀 아쉬움이 없다”라고 말했다.
긴장될 수도 있는 여건이었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박종훈은 “2군에 있다가 1군에 와서 던졌다면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1군에서 꾸준히 뛰다 마운드에 오른 만큼 긴장하지는 않았다”라면서 “2일 광주 경기에서 한 방을 맞은 것이 오히려 심적으로는 더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종훈은 선발에 대한 욕심에 대해 “그런 것은 전혀 없다. 다만 1군에서 꾸준히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팀에 도움이 됐다는 게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다. 감격적인 첫 선발승을 따낸 박종훈이 자신의 경력에 큰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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