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운드가 버텨줘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최저실점 경기를 해야 승리할 수 있다.
LG 트윈스가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전을 시작으로 일주일이 넘게 승전보를 울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 넥센 두산과의 3연전에서 모두 루징시리즈를 기록하며 7연패, 9위로 내려앉았다. 그야말로 총제적 난국이다. 연패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선발투수가 승리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마운드서 내려갔다. 팀 타율 1할9푼4리·팀 OPS 0.523로 타선도 침묵하고 있다. 매일매일 이길 수 없는 경기가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LG는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했다. 류제국 우규민 잭 한나한 없이 4월 버티기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7연패와 함께 모든 게 날아갔다. 헨리 소사를 제외하면 선발진에 이닝이터가 전무, 불펜진에 부담을 안겼다. 봉중근까지 슬럼프를 겪으며 뒷문이 불안해졌고, 막강 마운드를 통한 승리공식이 실종됐다. 한나한이 맡기로 했던 핫코너는 무주공산. 정성훈을 시작으로 양석환, 김영관, 백창수가 3루수로 선발 출장했는데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LG는 지난 5일 잠실 두산전부터 작년과 마찬가지로 손주인을 3루에 배치했다.

그래도 선수단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2년 연속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만큼, LG 선수들 모두가 반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고 있다. 실제로 LG는 2013년 5월 18일 14승 20패로 5할 승률 ‘-6’까지 떨어졌지만, 2013시즌 최종 성적은 74승 54패였다. 심지어 2014년 6월 7일에는 17승 33패 1무로 5할 승률 ‘-16’이었는데 최종 성적 62승 64패 2무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다. 현재 13승 18패에 머물러 있으나, 5위까지 4경기 차이에 불과하다. 아직 112경기나 남아있다.
무엇보다 부상자들이 하나둘씩 돌아온다. 류제국이 이미 1군에 합류, 오는 8일부터 시작하는 kt와 주말 3연전 중 한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우규민도 퓨처스리그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데, 2주 안으로 1군에 합류할 계획이다. 한나한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다음 주부터 퓨처스리그 경기를 뛴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6, 7이닝 던질 수 있는 선발투수가 없는 상태인데 제국이와 규민이가 돌아오는 만큼,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다소 불안한 불펜진에 대해서도 “(이)동현이와 (정)찬헌이는 무리하지 않고 있다. 리드하는 상황을 맞이하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결국 지키는 야구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연패기간 동안 서둘러 불펜진을 가동하고, 타선에도 변화를 줬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매 경기 선발투수 매치업에서 밀려버리니 무슨 수를 써도 안 됐다.
그만큼 에이스 소사가 등판하는 7일 잠실 두산전이 중요하다. 상대 선발투수가 경험이 적은 진야곱인 만큼, 어떻게든 경기 중반까지 리드를 잡아놔야 한다. 소사가 퀄리티스타트를 찍고, 리드 상황에서 등판한 필승조가 승리를 지켜내면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 정찬헌과 이동현이 건재하고, 봉중근도 최근 구위가 많이 올라왔다. 마운드로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를 펼쳐야 한다. 여기서 8연패에 빠지면, kt와 3연전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kt는 마르테 복귀 후 2경기 연속 8점을 뽑았다.
물론 타선도 이제는 침묵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정성훈 홀로 8명을 이끄는 상황이 반복되면, 점수를 뽑을 수 없다. 박용택 이진영 이병규(7번)가 힘을 더해야 이기는 경기가 가능하다. 노찬엽 타격코치는 “오지환 이진영 이병규(7번) 손주인이 특별관리 대상이다. 이들 넷은 경기 전후로 따로 타격 연습을 시키고 있다. 넷이 잘 되면 타선 전체가 살아난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 코치는 덧붙여 “선수들 모두 매일 평소보다 일찍 나와서 타격연습을 한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밤늦게까지 하는 경우도 많다. 타격이 계속 이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분명 올라가는 시기가 올 것이다”며 반등을 바라봤다. 노 코치의 말처럼, LG 타자들 모두 경기 전후로 쉬지 않고 배트를 돌리고 있다. 오전부터 잠실구장을 찾아 타격 연습에 임하며, 경기 후 늦은 밤에도 실내 연습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는다. 마치 다시 스프링캠프에 들어간 것처럼, 개인훈련 시간을 대폭 늘렸다.
현장 감독들과 전문가들은 지금의 순위 판도가 올스타브레이크까지 이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쉽게 말해, 7월까지 5할을 회복하면, 얼마든지 상위권 싸움이 가능하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투타 밸런스가 한 번만 맞물려 돌아가서 지키는 야구, 불펜진 승리공식이 이뤄지면 양상이 바뀔 것이다. LG는 아직 단 한 번도 100% 전력을 가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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