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수 1위’ 린드블럼의 위력과 고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7 10: 00

“올 시즌 외국인 투수 중 최고”라는 말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롯데 새 외국인 투수 조시 린드블럼(28)의 이야기다. 구위는 물론 체력, 그리고 팀을 위한 헌신까지 증명이 됐다. 하지만 그 린드블럼의 위력 이면에는 롯데의 피할 수 없는 고민도 담겨 있다.
린드블럼은 올 시즌 첫 7경기에서 4승2패 평균자책점 2.96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전체적인 부분에서 ‘히트작’의 예감이 읽힌다. 말 그대로 강력하고 또 꾸준하다. 7경기에서 48⅔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여기에 7경기에서 무려 6번이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린드블럼이 등판하는 날에는 롯데 팬들이 안정된 초반 흐름을 만끽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바로 투구수다. 린드블럼은 올 시즌 7경기에서 총 780개의 공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111.4개다. 2위 크리스 옥스프링(kt, 736개)과의 격차가 꽤 크다. 리그에서 700개 이상의 공을 던진 선수라고 해봐야 6명뿐이다. 체력이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웬만하면 경기 후반까지 자신이 책임지려는 자세에 팬들은 故 최동원의 향기가 난다며 ‘린동원’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이래나 저래나 롯데의 복덩이임은 확실하다. 일각에서는 “너무 잘해서 내년에는 더 큰 무대에 스카우트될 수도 있다”라는 우려 섞인 시선까지 나돌 정도다. 매사에 성실하고 팀을 위한 마음가짐도 훌륭해 코칭스태프에서 대만족을 하고 있다. 그러나 평균 111.4개의 투구수는 시즌 초반임을 감안할 때 다소 많다는 의견도 있다. 120구 이상을 던진 날도 두 차례나 있었다. 결국 롯데 불펜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이다.
롯데 불펜은 올 시즌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예상보다 문제점이 더 도드라지는 양상이다. 선발투수들은 4.2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두산(4.15), SK(4.17)에 이어 리그 3위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불펜 평균자책점은 6.02으로 껑충 뛴다. 최하위 kt(5.98)보다도 못한 리그 최악의 성적이다. 때문에 되도록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가져가야 한다는 새로운 부담감이 생기고 있다.
벤치의 교체 타이밍에도 방해가 된다. 다소간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선발투수들은 대개 80구가 넘어가면 공에 힘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손, 어깨, 팔꿈치에 피로도가 쌓이기 때문이다. 100개 내외에서 교체를 하는 방식이 유행인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하지만 불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어떠한 확실한 교체 방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불펜에 대한 계산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린드블럼은 4월 24일 사직 삼성전에서 9이닝 동안 124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승을 따냈다. 5-3 승리였다. 그러나 이는 이미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진 린드블럼보다 확실한 믿음을 주는 불펜투수가 없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어쩌면 린드블럼의 평균 투구수는 롯데 마운드의 전체적인 안정감을 확인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 롯데 불펜이 린드블럼의 부하를 줄여줄 만한 믿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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