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 윤희상, 사직 악몽 지웠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7 21: 20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구장, 그리고 마운드였다. 악몽이 떠오를 법 했다. 하지만 이미 윤희상(30, SK)에게는 지나간 일이었다. 이를 악물고 역투를 선보이며 당시의 악몽을 깨끗이 지워냈다. 그런 그에게 시즌 네 번째 승리가 찾아왔다.
윤희상은 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오래간만에 밟는 사직구장 마운드였다. 감회가 남다를 만 했다. 바로 직전 등판에 대한 아픔 때문이다. 윤희상에게 사직은 불운이 시작된 땅이었다. 2014년 4월 25일의 일이었다. 당시도 늘 그랬듯이 선발 등판을 한 윤희상은 경기 초반부터 시작된 불운에 땅을 쳐야 했다.
선두타자 김문호의 타구가 윤희상을 향했고 피할 겨를도 없이 급소에 타구를 맞았다. 모든 이들이 인상을 찌푸릴 만한 고통 속에 윤희상은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지만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윤희상은 결국 5월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타구에 손가락을 맞으며 시즌을 접어야 했다. 야구의 신은 윤희상에게 너무 가혹한 장난을 쳤다.

뼈가 완전히 붙고 근력을 키우는 시간도 필요했지만 두 번이나 타구에 맞은 악몽을 머릿 속에서 지워내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공포에 “내가 다시 던질 수 있을까”라는 못된 생각도 자주 했다. 그렇게 꼬박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윤희상은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올 시즌 첫 6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무난한 페이스를 이어나가던 윤희상은 이날 좋은 투구로 다시 한 번 승리사냥에 성공하며 사직 악몽과 공식적인 작별을 고했다.
최근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충분한 휴식 시간과 함께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마운드에 올랐다. 최고 146㎞에 이른 빠른 공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며 롯데 타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여기에 전매특허인 포크볼의 위력은 최고였고 체인지업 등을 섞어 던지며 상대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성숙과 투지의 단어도 엿볼 수 있었다. 3-0으로 앞선 5회였다. 선두 최준석을 유격수 방면 땅볼로 유도했으나 김성현이 실책을 저지르며 출루를 허용했다. 이후 안타와 볼넷을 맞고 1점을 실점한 뒤 다시 1사 만루에 몰렸다. 자칫 실책이 기억나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윤희상은 차분히 문규현을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연결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위축될 수도 있었던 김성현을 환한 웃음으로 반겨줬다. SK 우완 에이스의 모습 그대로였다.
강력한 구위,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로 승승장구한 윤희상은 6회까지 단 86개의 공만을 던지며 장타력이 있는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1실점했지만 비자책이었다. 올 시즌 자신의 최고 투구라고 할 만했다.
경기 후 윤희상은 "오늘은 포크볼이 좋았는데 그것을 경기 초반에 빨리 이재원이 캐치해줬다. 그래서 유리한 카운트로 승부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면서 "야수들이 공수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최근 승운이 좋은데 내 성적보다도 팀이 이겼다는 데 기분이 좋다"라고 활짝 웃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