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난관에 빠진 두산 베어스 불펜은 최근 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선발진은 장원준의 복귀가 멀지 않아 보이지만 불펜은 쉽게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위닝 시리즈를 해낸 LG 트윈스와의 잠실 3연전에서도 불펜 고민은 계속됐다. 6일 경기에서는 5-2로 앞서던 9회초 2점을 내준 뒤 병살타를 유도해 힘겹게 이겼고, 7일 경기에서는 불펜 싸움 끝에 연장 11회초 2실점하고 4-6으로 패했다.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불펜이 경기를 쉽게 끝내지는 못했다.
승리했던 6일 경기 뒷이야기는 김태형 감독의 복잡한 머릿속을 잘 보여준다. 7일 경기 전 이 맞대결을 돌아본 김 감독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최선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노)경은이로 밀어붙이려 했는데 권명철 코치가 ‘바꾸시죠’라고 한 마디 하더라”고 말했다. 9회초 5-2로 앞서던 두산은 이현호와 노경은이 흔들려 5-4로 추격당했으나 무사 1, 2루에 나온 윤명준이 아웃카운트 3개를 채워 리드를 지킨 바 있다.

두 타자를 상대해 1피안타 1볼넷 뒤에 물러난 노경은에 대해 김 감독은 “경기 감각도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것 같다. 구위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일찍 올렸다는 생각도 들었다. 경기 감각이라는 것도 퓨처스리그와 1군은 또 다르다”라고 냉정히 평가했다.
이어 “경은이 정도면 본인이 올라오면서 찾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올린 것이다”라고 덧붙이며 김 감독은 노경은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노경은은 1군 등록 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첫 등판인 4월 28일 잠실 kt전, 2일 대구 삼성전에서 1⅔이닝 퍼펙트를 기록했으나, 나머지 3경기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고 4피안타 2볼넷 3실점(2자책)으로 부진했다.
9회초 5-2에서 볼넷 2개를 연속으로 내줘 위기를 자초한 이현호가 흔들리면서도 두 타자를 상대했던 과정에도 김 감독의 숨은 의도가 있었다. “사실 주자가 하나일 때 경은이를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현호도 그 상황을 이겨내면 필승조로 커나갈 수 있겠다는 욕심도 있었다”라며 김 감독은 승리는 물론 이현호를 불펜 필승조로 거듭나게 하는 것까지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는 것을 설명했다.

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발상 자체는 김강률의 부상 이후 필승조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김 감독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마무리 윤명준이 호투와 실점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두산은 5월 들어 좋은 피칭을 했던 이현호의 필승조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1차 시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우선 이현호는 당분간 불펜에 고정될 것으로 보인다. 장원준 복귀 전까지는 김수완이 대체 선발로 던지는 모양새다. 7일 경기를 앞두고 장원준 대신 선발로 나설 선수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현호나 수완이를 생각하고 있다. 오늘 상황에 따라 현호가 (불펜에서) 대기할지, 선발로 빠질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이현호가 7일 경기에도 등판하면서 김수완이 선발 등판 기회를 얻게 될 확률이 높아졌다.
두산은 7일 경기에서도 불펜을 거의 총동원했지만 결국 패했다. 선발 진야곱과 두 번째 투수 오현택이 3⅔이닝 합작에 그치며 3실점했고, 김명성-양현-함덕주-이재우-윤명준-이현호가 비교적 잘 막아주기는 했으나 이재우를 제외하면 확실한 안정감을 심어준 투수는 없었다.
8일부터 있을 한화와의 잠실 3연전 역시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윤명준은 52구, 이재우는 28구, 김명성은 22구를 던졌다. 게다가 윤명준은 3일, 이재우는 이틀 연투 중이다. 이외에 이현호도 3일 연투로 고생했고, 함덕주도 이틀 연속 던졌다. 노경은은 7일 마운드에는 오르지 않았어도 몸은 풀었다. 선발투수들이 7이닝 가까이 던져주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할 만큼 상황이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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