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모건'이 말해주는 외인 인성강조 시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8 13: 00

야구만 잘하면 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인성을 강조하는 시대다. 나이저 모건(35)의 웨이버 공시, 그리고 다른 팀들의 차가운 시선은 이런 바뀐 트렌드를 증명하고 있다.
한화는 5일 모건을 웨이버 공시함으로써 방출 수순을 밟았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 그리고 독특한 세리모니와 튀는 행동으로 눈길을 모았던 모건은 한화에서 1군 10경기의 기록만을 남긴 채 쓸쓸히 퇴출되는 비운을 겪었다. 모건의 타격이 마음에 차지 않았던 김성근 감독의 강수다. 한화는 스카우트를 파견해 새로운 외야수를 찾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것은 모건을 데려갈 다른 팀이 있느냐는 것. 한화는 모건을 웨이버 공시했고 모건을 영입할 의향이 있는 팀은 공시 이후 7일 이내에 계약 양도 의사를 밝히면 된다. 모건이 KBO 리그 내에서 재취업을 할 가능성은 산술적으로 열려있다는 것이다. 모건에 앞서 두산이 퇴출을 결정했던 내야수 잭 루츠 또한 마찬가지다.

모건은 1군 10경기에서 타율 2할7푼3리, 5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김성근 감독은 모건을 2군에 내려보낼 때 타격 부진이라는 설명을 했지만 아주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한 것은 아니었다. 출루율 또한 4할5리로 나쁘지 않았다. 루츠와는 달리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외국인 타자 교체를 원하는 팀들의 관심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잠깐 나돈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건을 탐내는 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이 한가닥 기대를 걸어볼 만한 팀은 넥센과 kt였지만 두 구단 모두 모건 영입에 선을 그었다. 넥센은 염경엽 감독이 직접 나서 부인했고 kt 또한 원론적인 관심 이상이 아님을 공언하고 있다. kt는 모건을 최우선 목표로 두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다른 외국인을 물색 중이다. 이유는 기량이나 몸 상태보다는 인성이다. 모건의 튀는 행동을 받아줄 만한 팀은 없는 것이다.
T세리머니는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삼진을 당한 이후 상대 투수를 칭찬하는 모습, 주자로 나간 뒤에는 팔을 흔들며 마치 자신이 주루코치가 된 듯한 모습 등은 한화뿐만 아니라 타 팀 코칭스태프도 실소를 금하지 못할 정도였다. 한 구단 관계자는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저런 플레이를 계속 하면 품기 어렵다. 외국인 선수에게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는데 이는 국내 선수뿐만 아니라 열심히 뛰는 외국인 선수들도 달갑지 않아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 KBO 리그 외국인 선발 기준에서 ‘인성’은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야구만 잘하면 괴팍한 성격쯤은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달래려 애썼다.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라면 ‘슈퍼갑’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리그의 수준 상승으로 그만한 파급력 있는 외국인 선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외국인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라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
루츠 또한 팀에 융화되지 못하는 모습으로 코칭스태프 눈 바깥에 났다. 모건의 퇴출도 표면적으로는 기량 부진이지만 문제 소지가 다분한 인성 또한 하나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 외 지난해까지도 인성의 문제를 드러내며 구설수에 오른 끝에 퇴출된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런 트렌드는 자신의 몫만을 노골적으로 챙기려는 몇몇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는 게 야구계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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