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박지규, LG 야수진 퍼즐 맞췄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5.08 13: 00

LG 트윈스 신인 내야수 박지규(24)가 팀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공수주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연패 탈출에 보탬이 됐다.
박지규는 지난 7일 잠시 두산전에 9번 타자겸 2루수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3회초 첫 타석에서 2루 땅볼을 쳤으나 이후 2루 도루에 성공,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선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LG의 추격을 이끌었고,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선 상대가 좌투수를 올렸으나 좌전안타로 응수했다. 11회초 마지막 타석에선 내야안타로 출루, 지난 5일 두산전 이후 두 번째 멀티히트 경기를 장식했다.
사실 이날 박지규의 진가는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더 빛났다. 경기 내내 어려운 타구들을 처리하며 1·2루간을 철통처럼 지켰다. 최경철의 실책성 2루 송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고, 유격수 오지환과의 호흡도 좋았다. 특히 불펜 필승조가 가동된 7회부터 안타성 타구들을 모두 범타로 만들었다. 박지규의 수비가 없었다면, 필승조의 무실점 호투도 이뤄지기 힘들었다.

이제 LG는 박지규로 인해 더 이상 3루를 놓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LG는 한나한의 결장으로 정성훈 양석환 김영관 백창수로 3루 돌려막기에 나섰다. 넷 중 누구도 뾰족한 해답이 되지 못했는데, 박지규가 2루수로 자리 잡으며 손주인을 지난해처럼 3루수로 돌릴 수 있게 됐다. 손주인은 2014시즌에도 조쉬벨 퇴출 후 3루를 맡아 맹활약했다.
지난겨울까지만 해도 불가능한 시나리오였다. 2014시즌 주전 2루수로 뛰었던 박경수가 kt로 이적했고, 포스트시즌에서 2루를 맡았던 김용의도 외야수로 전향했다. 손주인을 3루로 돌리면 2루가 무주공산이 된다. 이래저래 외국인야수로 3루를 메워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박지규가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를 통해 수비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캠프를 총괄한 차명석 수석코치는 “1군 선수가 나올 것 같다”면서 “신인 박지규가 눈에 띈다. 타격만 놓고 보면 이미 아마추어 수준에서 벗어났다. 수비도 충분히 맡길 만한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규가 곧 ‘1군 선수’로 올라설 것을 암시한 것이다. 박지규는 1군 스프링캠프에도 참가, 선배들과의 경쟁에 임했고, 2015시즌 개막전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물론 아직 1군에서 30경기도 뛰지 않은 신인이다. 모든 신인이 그런 것처럼, 분명 벽에 마주하고, 슬럼프도 겪을 것이다. 안타가 많아질수록, 상대 배터리는 약점을 집중공략한다. 수비와 주루 또한 체력저하로 인해 주춤할지도 모른다. 강인한 정신력이 없으면, 프로무대에서 생존할 수 없다.
박지규는 지난 3월 27일 자신이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간 것을 두고 “기분이 좋다. 사실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갈 줄을 생각도 못했었다.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으려 한다. 1군이든 2군이든 어느 곳에서든 내게 필요한 것을 채워 가면 된다고 본다. 좋은 경험 쌓는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후 박지규는 개막 3일 만에 2군으로 내려갔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퓨처스리그 5경기에서 19타수 7안타를 날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10일 만에 1군무대로 돌아왔다.
박지규는 “사실 나는 그리 열심히 하는 야구선수는 아니었다. 대학생 때도 훈련이 너무 힘들면 금방 포기하고 쉬었다. 그런데 2년 전 대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나서, 많이 변한 것 같다. 견디기 힘든 일을 겪으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로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느꼈다. 앞으로 아무리 야구가 힘들어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