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김용희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일상적인 지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김용희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예상 밖이었다. 김 감독은 대뜸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우리 팀을 가장 많이 도와주시고 가장 고생하신 분들이 누구시냐”라고 물어봤다.
구단 직원은 한참 곰곰이 생각하다 운동장 관리인, 숙소 SK 담당직원, 그리고 캠프 기간 중 선수단 버스를 운전한 기사 두 분의 이름을 꺼냈다. 그러자 김 감독은 “그분들 덕에 캠프가 잘 끝났는데 뭔가 답례를 하고 싶다”라며 건강관리식품을 4명 앞으로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김 감독이 주문한 건강관리식품은 4월 말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향했다.
프로야구단의 전지훈련은 규모가 엄청나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상주하는 직원들까지 합치면 60명이 훌쩍 넘어간다. 구단 직원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현지에서 지원하는 인력이 없으면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구장에서는 선수단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도록 경기장을 정비하는 인원이 필요하다. 숙소에서는 선수들이 푹 쉴 수 있게끔 지원을 하는 인원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김 감독은 음지에서 묵묵히 헌신한 이들을 주목했고 그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일본에 직접 건강관리식품을 주문해 배송한 이유다. 김 감독은 이 사연에 대해 묻자 어떻게 알았냐는 듯 놀라면서도 “자기 일처럼 열심히 구장을 관리해주셨다. 덕분에 선수단이 지장 없이 훈련을 잘할 수 있었다”라면서 “사실 그들에게는 관심 밖의 일 아닌가. 그럼에도 신경 쓰고 도와줬으니 고마운 일”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이 훈련을 물심양면 도와준 훈련 관계자들에게 선물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가 종료된 후에도 고생한 일본측 관계자들에게 건강관리식품을 보낸 적이 있다”라고 떠올렸다. 당시에는 시청의 SK 담당자, 그리고 운동장 관리인에게 각각 선물을 보냈다는 설명. 당시 김 감독은 가고시마 마무리훈련의 조건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한 바 있는데 말로만 끝나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가고시마 시청 담당자인 미네사키 상은 “정말 나한테 선물을 한 것이 맞느냐? 시장님에게 준 선물이 아닌가?”라고 SK 측에 몇 차례나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미네사키 상은 “SK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SK와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희망하기도 했다.
오키나와에서도 감사의 메시지가 돌아왔다. 최근 김 감독의 선물을 받은 숙소 담당자 후쿠다 상은 SK 측에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감독님께서 저를 기억해주시고 이렇게 직접 챙겨주셔서 진심으로 감동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사람들까지 세심히 챙기는 김 감독의 따뜻한 마음씨에 관계자들의 사이는 더 돈독해지고 있다. 비싸지 않은 선물로 사람의 마음을 산 김용희 리더십의 또 하나 사례로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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