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벤치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에서 배영수와 김재환의 세 번째 맞대결에 앞서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5회말 2사에 홍성흔의 볼넷과 정진호의 우전안타로 1, 3루가 되고 타석에 김재환이 나오자 한화는 배영수를 빼고 좌완 임준섭을 마운드에 올렸다. 배영수가 81개의 공을 던진 뒤였다.
임준섭은 김재환을 상대하다 볼카운트 3B에 몰리자 공을 완전히 바깥으로 빼 고의 볼넷을 내줬다. 불리한 볼카운트에 억지로 스트라이크존 안에 공을 넣어 이전 두 타석에서 연타석 홈런을 작렬시켰던 김재환에게 또 하나의 장타를 허용했다면 흐름을 내줄 수도 있었던 위기였기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해석해야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음은 분명하다. 김성근 감독은 곧바로 임준섭을 내렸다. 송창식은 또 나왔다.
송창식은 이미 이날 이전까지 15경기에 등판해 21⅔이닝을 던졌다. 불펜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등판도 잦았고 소화한 이닝 수도 많았다. 특히 5월 들어서는 이날 경기 포함 팀이 치른 7경기 중 6경기에 나와 9⅓이닝이나 책임졌을 정도로 최근 한화에서 제일 많이 던진 투수다.

송창식이 나와 2사 만루에서 우익수 플라이로 최재훈을 처리해 한화는 급한 불을 껐다. 송창식이 마운드에 머무르는 사이 한화는 6회초 3득점해 앞서 나갔다. 송창식은 주자를 출루시키며 1⅔이닝 2실점했는데, 4-4 이후 양 팀의 공방전은 한 마디로 투혼의 대타 전쟁이었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한화였다. 4-4 동점이던 6회초 2사 만루 기회를 잡은 한화는 한상훈을 빼고 김경언을 대타 투입했다. 유네스키 마야는 영점을 잡지 못하고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졌고, 밀어내기로 1타점을 올리며 훌륭히 임무를 수행한 김경언은 대주자 강경학과 교체되며 경기에서 빠졌다. 이후 정근우의 2타점 좌전 적시타가 터져 한화는 3점을 앞섰다.
두산도 맞불을 놓았다. 3루측 파울라인 안쪽을 통과하는 홍성흔의 적시 2루타를 앞세워 2점차로 추격한 두산은 투수가 송창식에서 박정진으로 바뀌자 정진호 타석에 대타 작전을 폈다. 타석에 나온 선수는 놀랍게도 민병헌. 민병헌은 단순 출장에 그치지 않고 1루수의 수비 범위를 벗어나는 안타로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경기 전 이들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놀라운 활약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복숭아뼈가 좋지 않은)김경언과 (허벅지 통증이 있는) 김태균은 강제 휴식이다”라고 못박았다. 절대로 쉬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는 민병헌의 경우에도 선수 본인이 “오늘은 출전히 힘들 것 같다. 대주자로라도 나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타격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전날 봉중근의 견제구에 맞은 오른손은 한 눈에 보기에도 크게 부어 있었다.
이들이 보여준 믿기 힘든 투혼은 마지막까지 경기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특히 민병헌은 팀이 4점 뒤진 9회초 1사 2루에도 나와 타격에 임했다. 승부에서는 한화가 10-6으로 승리해 두 타자의 희비가 엇갈렸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출전을 강행한 두 강타자 모두 칭찬받아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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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