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종’ 전유수-문광은, 특급 믿을맨 도약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9 06: 10

SK 불펜이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난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정우람과 윤길현이라는 ‘수호신’들에게 큰 관심을 몰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못지않은 공헌도를 보여주는 선수들도 있다. 바로 전유수(29)와 문광은(28)이다. 새로운 구종을 장착한 이들도 리그 정상급 불펜요원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쳤다.
SK는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3-0 영봉승을 거뒀다. 선발 김광현이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역투했고 좀처럼 점수를 못내던 타선도 7회 김성현의 대타 3점 홈런으로 0의 침묵을 탈출했다. 그런데 뒷마무리가 좀 낯설었다. 8회와 9회를 책임지던 정우람과 윤길현은 이날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 전유수와 문광은이 이들의 몫을 대신했다.
불펜 사정 탓이었다. 윤길현은 6일과 7일 롯데전에 연달아 나섰다. 6일에는 23개, 7일에는 26개의 공을 던졌다. 이틀 간 투수가 많아 이날은 아예 불펜에서 대기하지 않았다. 같은 이틀 연투를 했지만 투구수가 적어 이날 대기할 수 있었던 정우람은 손톱에 약간의 통증이 있어 역시 대기 명단에서 제외됐다. 두 투수가 없는 가운데 SK 벤치의 선택은 전유수와 문광은이었다. 가장 믿을 만한 투수였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SK 불펜에서 핵심적인 몫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불펜 최다 이닝(84⅔이닝)을 던진 전유수는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5경기에서 2패2홀드 평균자책점 3.57의 성적이다. 17⅔이닝을 소화하는 등 여전히 마당쇠 몫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 불펜에 대기한 문광은은 7회를 막는 필승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14경기에서 1세이브6홀드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1.46에 불과하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어떤 불펜 요원 부럽지 않다. 탈삼진 12개, 볼넷 2개의 비율도 매우 뛰어난 수치다.
기대대로 두 선수는 8·9회를 책임지며 나란히 홀드와 세이브를 따냈다. 결과론적으로 두 선수의 호투 덕에 SK는 두 필승 요원을 아끼며 주말 3연전 나머지 경기에 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 선수의 자신감이 한층 붙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실 예상보다 뛰어난 피칭이다. 전유수는 “지난해 너무 많이 던진 것이 우려된다”라는 평가가 있었다. 문광은은 불펜 전업 첫 해다. 그러나 전유수는 끄떡이 없고 문광은은 잘 적응하고 있다. 전유수는 “야구를 하면서 크게 아파본 적이 없다. 지금도 몸 상태는 별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문광은은 “어차피 선발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불펜도 올해 처음이다. 매 이닝 최선을 다해 던질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통점도 있다. 새 구종의 추가다. 전유수는 올해 포크볼의 위력이 매우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정구로 활용 중인데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전유수는 “아무래도 불펜에서 뛰려면 떨어지는 구종이 하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포크볼을 던졌다. 맞든 그렇지 않든 던졌는데 구사 효율이 좋아지면서 올해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문광은은 슬라이더다. 문광은은 커브의 위력이 뛰어난 선수다. 그러나 지금은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문광은은 “최근에는 커브보다 슬라이더의 비율이 더 높은 것 같다. 아무래도 빠른 공과 커브를 위주로 던지다 슬라이더가 추가되니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되짚었다. 두 선수 모두 140㎞ 중반대의 빠르고 힘 있는 공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신구종이 추가되니 빠른 공의 위력도 배가된다.
경험과 배짱도 좋다. 전유수는 지난 2년간 SK 불펜의 마당쇠로 활약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안 좋은 기억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내면적 성장도 이뤄냈다. 문광은도 공에 대한 믿음을 갖고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8일 경기 마지막 타자였던 박석민과 벌였던 끈질긴 빠른 공 승부는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제 명실상부한 SK의 필승조로 편입된 두 선수의 활약에 SK 불펜의 기초체력도 점차 살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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