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불펜에는 권혁과 박정진만 있는 게 아니다. 마당쇠로 묵묵히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우완 송창식(30)을 빼놓고 한화 불펜은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선발이면 선발, 중간이면 중간 가리지 않고 한화 마운드의 만능열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가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서 10-6으로 승리한 것도 5회 송창식의 구원이 결정적이었다. 4-4 동점으로 맞선 5회 2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한 송창식은 최재훈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승계주자 3명의 실점을 막았다. 6회는 최주환을 헛스윙 삼진 잡는 등 가볍게 삼자범퇴했다.
7회 2루타 2개를 맞고 2실점했지만 송창식은 위기의 순간 나와 1⅔이닝을 던지며 팀 승리에 징검다리를 놓았고,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5월에만 한화의 7경기 중 무려 6경기에 구원으로 나와 9⅔이닝 163구를 던지며 2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3.72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시즌 전체 성적은 16경기 2승2패3홀드 평균자책점 4.24.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건너뛴 지난달 25일 대전 SK전에는 선발로 나와 5이닝 2실점으로 역투를 펼쳤고, 지난 1일 대전 롯데전부터 6일 대전 kt전까지는 5경기 연속 구원등판했다.
권혁과 박정진에 가려져 있지만 송창식도 한화 불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대가로 2승을 챙긴 그는 "개인적인 승리는 의미 없다. 팀이 성적을 낼 수 있는데 도움이 돼 기분이 좋다"며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게 좋다. 팀이 필요로 할 때 부름을 받는 것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송창식은 "지난해 후반기 경기를 거의 못 나갔다. 올해 경기에 많이 나가며 감각이 살아나고 있다. 기본적인 투구 자체는 비슷하지만 예전보다 제구력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무리한 여파로 구위 저하에 시달린 2014년에는 평균자책점 7.45에 그치며 6월 중순부터 자취를 감췄다.
마운드에 목마른 송창식은 2012~2013년 한창 좋을 때 모습을 되찾고 있다. 그는 "그때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게 된 제구는 좋아졌다"며 "선발이든 구원이든 보직은 상관없다. 경기 상황이 어떻게 되던 항상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몸 상태에 대한 걱정도 없지만 송창식은 "트레이닝 파트에서 밤새도록 마사지로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셔서 문제없다. 트레이닝 코치님들께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김성근 감독도 "송창식이 마운드에서 여유가 많이 생겼다. 초반에는 투구폼이 작았는데 요즘은 커졌다. 선발로 던진 후 자신의 폼을 찾았다. 지금 이게 원래 송창식의 모습이다"고 그의 부활을 반겼다. 송창식은 "아직 시즌 초반이라 만족하기는 이르다.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아있으니 매경기 팀이 승리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언제 어떤 상황에도 준비가 되어있는 송창식, 한화 마운드에 없어선 안 될 만능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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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