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봤을 때 3일 연투 없는 불펜 운영으로 한 달 반 이상을 끌고 온 SK 불펜에 대해 김용희 감독은 "3연투를 아예 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되도록 자제시키는 것은 맞지만 승부처에서는 핵심 투수들의 3연투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SK 마운드는 8일까지 3.73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삼성(3.87)을 제치고 이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발투수들이 3.82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물론 불펜투수들도 3.60의 평균자책점으로 삼성(2.96)에 이어 리그 2위다. 정우람의 가세 효과가 생각보다 큰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음은 물론 전유수 문광은 윤길현 등 불펜의 핵심 자원들이 모두 힘을 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것은 현재까지 SK 불펜투수 중 3일 연투를 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불펜투수들의 소화이닝이 많아지고 있는 리그 흐름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는 김용희 감독의 철학에서 기인한다. 김 감독은 "투수는 분명 관리를 시켜줘야 하는 보직이다. 정말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면 3연투를 시키지 않는 것이 맞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쓰면 쓸수록 닳는 게 투수들의 어깨와 팔꿈치인 만큼 시즌을 길게 보고 가려면 확실한 체력 관리를 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김 감독은 지난 2일 광주 KIA전을 비롯, 2~3번의 경기에서 필승조를 투입시킬 수 있는 타이밍에서도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해주기 위해 3연투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우도 있어 "투수들을 너무 아끼는 것 아닌가"라는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지금까지 안 썼다고 해서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3연투 때문이 아니라 투수들의 컨디션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쓰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실제 8일 삼성전이 그랬다. 이틀 동안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윤길현에 사전 휴식을 통보한 것은 맞다. 다만 이틀 동안 다소 적은 투구수를 기록한 정우람은 대기조 명단이었다. 그러나 손톱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활용하지 못했다. 8회 전유수, 9회 문광은으로 이어지는 투수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또한 이틀을 던졌다고 해서 무조건 덕아웃에 앉아 쉬는 것도 아니다. 윤길현은 "물론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휴식을 통보받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 외의 날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 선수들이 긴장감을 가진 채 대기하고 있다"고 불펜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3연투 논란에 대해 "되도록 자제시키는 것이 맞지만 구체적인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라고 운을 뗀 뒤 "지금이야 시즌 초반이라 여유가 있지만 중반 이후로는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많은데 핵심 불펜 선수들의 3연투를 안 시키고 갈 수는 없다. 승부를 걸어야 할 때는 걸 것이다"이라고 구상을 설명했다. 앞으로는 불펜 투수들의 3연투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3연투 이후의 휴식 기간은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김 감독은 "3연투를 안 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3연투를 시키면 최대한 휴식을 보장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라면서 "3일 연투를 하면 이틀 정도는 휴식을 주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어떤 식의 투수 운영이 될지는 경기 사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투수들의 휴식 시간은 어떤 상황에서든 보장한다는 것이 김 감독이 그리는 '시스템 불펜'의 기본 골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