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평균자책점 1·2위 팀의 맞대결다웠다. 안타를 맞을지언정, 볼넷은 내주지 않았다. 9회초 2사까지 무사사구 경기를 펼친 두 팀의 대결은 최근 KBO가 추구하고 있는 ‘스피드업’에 대한 기본이 어디에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삼성과 SK는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시즌 네 번째 맞대결에서 또 한 번 수준 높은 투수전을 선보였다. 8일에도 그랬다. 양팀 선발 김광현(SK, 7이닝 무실점)과 장원삼(삼성, 7이닝 3실점)의 호투 속에 경기가 7회까지 팽팽하게 흘러갔다. 타고투저의 흐름, 투수들의 기량 저하가 도드라지는 최근 KBO 리그의 흐름 속에서 보기 드문 투수전이었다.
9일에도 마찬가지 양상이 벌어졌다. 역시 선발투수들이 잘 던졌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5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는 등 7이닝 1실점 역투를 펼쳤다. SK 선발 메릴 켈리 역시 7⅔이닝 동안 2실점만을 허용하며 좋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계속되는 1점차 승부, 그리고 7회 최정의 동점 홈런, 8회 김상수의 투혼이 실린 내야안타, 9회 이승엽의 쐐기 적시타까지 경기의 흐름이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팬들로서는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데 지대한 몫을 하는 사사구가 막판까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팀 투수들의 뛰어난 제구 속에 정면승부가 이어졌다. 힘과 힘이 부딪히는 양팀의 대결에 경기는 9회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역대 KBO 리그에서 무사사구 경기는 총 22번 있었다. 2013년 세 차례가 나왔지만 지난해는 한 경기도 없었다.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못 던진다”라는 말이 쏟아지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았던 셈이다. 비록 9회 정우람과 전유수가 볼넷 하나씩을 허용했지만 어렵게 승부하려는 흐름이었을 뿐 흔히 말하는 ‘볼질’은 아니었다. 한편 8일 삼성이 9회 끈질긴 승부로 SK를 괴롭힌 것과 같이, SK 역시 1-3으로 뒤진 9회 임창용을 물고 늘어지며 최선을 다했다.
여기에 팬들과 마운드를 맥 빠지게 하는 실책도 없었다. 삼성은 1회 박석민, 9회 박찬도가 엄청난 수비를 선보이며 마운드를 지원했고 SK는 9회 추가 실점 위기에서 박정권이 호수비를 펼치는 등 집중력 있는 경기를 펼쳤다. 말 그대로 수준 높은 경기였다.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고 욕할 만한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긴장감 넘치는 승부 속에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경기장을 서둘러 떠난 관중은 거의 없었다. 경기 시간도 2시간 52분이었다. 이틀 연속 투수전의 묘미를 보여준 두 팀은 10일 차우찬(삼성)과 채병룡(SK)을 앞세워 이번 투수전 시리즈의 최종 승자를 결론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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