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는 FA 투수를 사와 보강할 수 있다. 타격은 깜짝스타가 나오기 좀 더 용이한 요건이다. 하지만 수비는 장시간 공을 들이지 않으면 쉽게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삼성 왕조의 건재함도 이런 막강한 수비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은 9일 현재 22승11패(.667)를 기록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4월 10일 이후로는 좀처럼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그 후 삼성이 1위 자리를 내놓은 기간이라고 해봐야 4일 뿐이다. 2위 두산의 추격을 따돌리며 순위표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중이다. 류중일 감독은 “우리도 여유가 없다”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삼성의 전력은 분명 안정감이 있다.
투·타 모두 통합 5연패를 노리는 팀답다. 팀 평균자책점은 3.78로 SK(3.71)에 간발의 차로 뒤진 2위다. 팀 타율은 2할7푼6리로 넥센(.286), NC(.283), 두산(.280)에 이은 4위지만 약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리그 2위에 해당되는 4할5푼8리의 장타율, 리그 선두를 다투는 46개의 팀 홈런 등 필요할 때 한 방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NC(49개)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4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등 주루 플레이도 여전히 빛난다. 뛰는 야구로 언제든지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낼 수 있고 안타 하나로 주자가 하나 더 들어오는 플레이에 능한 것이 삼성의 야구다. 기록과는 별개로 “삼성 타선이 가장 무섭다”라는 관계자들이 많은 이유다.
여기에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수비다. 야구 관계자들이 삼성의 장점을 평가할 때 빼놓지 않는 요소이기도 하다. 8일과 9일 인천에서 삼성과 진땀 나는 승부를 벌인 SK의 김용희 감독은 “삼성이 전체적인 전력에서 가장 꽉 짜여 있다. 특히 주루와 수비에서 좋은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베이스를 더 가고, 한 베이스를 덜 주는 야구의 기본에 가장 충실한 팀이 바로 삼성이라는 것이다.
삼성의 수비력은 빈틈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3루 박석민, 유격수 김상수, 2루수 나바로로 이어지는 내야진은 저마다 수준급 수비를 자랑한다. 외야도 마찬가지다.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가지고 있는 박해민, 이제는 수비에서도 평균 이상의 몫을 하는 최형우가 있다. 포수 포지션도 이지영이 많이 성장했다. 리그 최고의 도루 저지율(.533)을 보유 중이다. 류중일 감독이 “송구도 정확해졌지만 공을 빼 던지는 동작이 아주 간결해졌다”라며 칭찬할 정도다. 야수 실책은 KIA에 이어 가장 적다.
실제 9일 경기에서도 삼성의 막강 수비력은 팀의 승리를 지켰다. 선발 윤성환이 7이닝 동안 1실점으로 잘 막기는 했지만 윤성환 스스로의 말대로 동료들의 수비가 마운드를 보호했다. 1회 첫 타자였던 이명기의 좌익선상 타구를 3루수 박석민이 점프 캐치로 잡아낸 것에 이어 7회에는 김성현의 강한 타구를 박석민이 다이빙캐치로 멈춰두고 이를 다시 잡은 김상수가 송구해 아웃시키는 놀랄 만한 수비를 보여줬다.
박해민은 SK 타자들이 날리는 외야 뜬공을 정확한 위치선정으로 수차례 건져낸 것에 이어 박찬도는 9회 이명기의 파울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슬라이딩 캐치하며 무사 1루에 몰려 있었던 마무리 임창용의 부담을 덜었다. 이렇게 야수들이 집중력 있는 수비력을 보여준 결과 마운드가 흔들리지 않고 박빙의 승부를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기에 부상 중인 채태인과 박한이가 돌아오면 삼성은 방탄 수비진을 완성할 수 있다. 기본이 되는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법이다. 통합 5연패의 든든한 밑천이 될 것도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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