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28, 두산 베어스)은 이미 성공한 야구선수다. 국가대표 1번타자까지 됐으니 같은 포지션 내에서는 리그 정상급이라는 것이 검증되고도 남았다.
하지만 야구에 임하는 절박함은 퓨처스리그 선수들보다 훨씬 깊다. 민병헌은 항상 1군에 갓 올라온 선수 같은 자세를 보인다.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2루로 귀루하다 봉중근의 견제구에 오른손을 맞아 손이 많이 부어 있는 상태에서도 민병헌은 방망이를 놓지 않고 있다. 정말 하루도 쉬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말 그대로다.
다치고 하루가 지난 8일에는 오른손의 상태가 좋지 않아 “(타격은 힘들고) 대주자로라도 나가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대타로 두 번이나 타석에 섰다. 9일 경기를 앞두고는 “다른 선수 안타 하나에도 부럽다. 벤치에 앉아있기가 힘들다. 너무 아프지만 어떻게든 나가고 싶다. 어제(8일)도 4회부터 준비했다”며 솔직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급기야 9일엔 선발 출장까지 했다. 지명타자도 아니고 우익수로 공수에 걸쳐 모든 플레이를 다 했다. 성적은 3타수 무안타로 좋지 않았지만, 이미 확고한 주전 자리를 굳힌 상태에서 1~2경기 쉬는 것쯤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선수가 출전 의지를 굽히지 않은 정신력은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이다.
사실 마음가짐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았던 건 아니다. 민병헌은 처음부터 그랬냐는 질문에 “고등학교 때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 빨리 느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3할 두 번(2013~2014) 한 것을 없애더라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금쯤 더 좋은 선수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었다.
민병헌이 지금처럼 치열하게 운동하게 된 것은 경찰청 시절(2011~2012)부터다.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당시 그는 “군대에 가기 전에는 이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경찰청에서 열심히 하고 잘 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잘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변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고교시절을 회상하면서 했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군생활을 하며 큰 깨달음을 얻은 민병헌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확성이다. “(타율) 3할은 계속 머릿속에 두고 있다. 3할은 쳐야 출루도 많이 하고 안타도 쌓인다. 얼마나 페이스와 밸런스를 찾고 자기 모습대로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민병헌의 설명이다.
언젠가 은퇴 계획에 대해 물었을 때 민병헌은 “기량이 많이 떨어지기 전에 은퇴하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벤치에 앉아서 후배들과 함께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힘이 남아 있을 때 미련을 갖지 않고 물러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주변에서 오른손 통증을 걱정하는데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경기 출전을 강행하는 모습도 앞으로 야구를 할 날이 그렇게 오래 남은 것만은 아니라는 절박한 마음이 영향을 미쳐 만들어진 결과인지 모른다.
지금보다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지금까지 이뤄놓은 영광마저 포기하고 고교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그는 야구에 있어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그런 하루들이 모여 지금의 민병헌을 만들었다. 그래서 아파하는 민병헌을 봐도 왜 쉬려고 하지 않느냐고 묻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