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과 박정진, 권혁으로 구성된 한화 이글스의 불펜 필승조는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박정진과 권혁은 사흘, 송창식은 이틀 연속 등판했다. 아직 5월이 중순에 접어들지도 않았지만 5월에 셋이 출전한 경기 수를 합하면 19경기(24이닝)에 달한다.
오는 11일 하루 휴식을 앞두고 있지만 10일 경기 역시 낙관적이지는 않다. 선발 미치 탈보트는 최근 4경기에서 13이닝 25실점(24자책)으로 부진한 피칭을 계속하고 있다. 10일 두산 타선을 맞아서도 짧은 이닝밖에 책임지지 못하고 물러난다면 불펜 부담은 더 커진다.
계속해서 불펜 비중이 높은 경기를 하며 불펜의 핵심들은 좀처럼 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의 시작이었던 어린이날 대전 kt전부터 뜯어보면 점차 지쳐가는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송창식, 박정진, 권혁은 이날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이후 조금씩 실점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7일 대전 kt전에서는 박정진이 1이닝 2실점, 권혁이 2이닝 1실점해 6-7로 패했다. 10-6으로 승리한 8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송창식이 1⅔이닝 2실점으로 흔들렸다. 9일 다시 두산을 만나서는 권혁이 ⅔이닝 3실점(2자책)으로 무너져 뼈아픈 3-4 역전패를 당했다. 필승조의 위기설이 나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필승조 세 투수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의존도를 조금 줄일 방법은 있다. 돌아올 윤규진과 더불어 최근 KIA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좌완 임준섭은 대안이 될 가능성을 지닌 투수다.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직접 임준섭의 불펜 투구를 지켜본 김성근 감독은 “경기 때 보니 중심이동이 좋지 않고 (공이) 날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원래 좋은 볼을 던지는 투수다. (불펜피칭을 보고 안 좋으면) 교정을 하려고 했는데 괜찮았다. 불펜에서 대기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KIA에서 선발 경험도 꽤 있었다는 점에서 임준섭은 긴 이닝을 맡기기에도 제격이다. 이번 시즌 김 감독은 믿을 수 있는 불펜투수에게 한 경기에 2이닝 이상을 책임지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준섭은 그런 김 감독의 성향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상태만 괜찮다면 향후 중용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미 한화는 최근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하고 있는 이종환을 통해 트레이드 효과를 보고 있다. 여기에 임준섭까지 불펜에서 필승조의 몫을 조금이라도 떠안을 수 있다면 한화는 큰 힘을 얻게 된다. 이들이 어우러져 윤규진이 돌아올 때까지 버텨준다면 한화 불펜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어느 팀에도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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