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의 재발견’ 김광현 더 무서워졌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10 10: 00

제 궤도에 오른 김광현(27, SK)이 무서운 기세로 승수를 쌓아나가고 있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느린 커브다. 커브의 재발견에 김광현의 과제인 완급조절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승리와는 별개로 평균자책점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김광현은 최근 두 경기에서 불꽃투를 이어가며 에이스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일 광주 KIA전에서는 7⅔이닝 동안 1실점(비자책)으로 시즌 4승째를 따내더니 8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승리를 챙겼다. 5월 들어 2경기에서 전승, 평균자책점은 0이다.
2경기 성적이기는 하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더 눈이 부시다. 1개의 볼넷을 내주는 동안 탈삼진은 무려 10개에 이르렀고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단 0.41이다. 김광현은 두 경기에서 안타를 내주는 한이 있어도 볼넷은 피하는 공격적인 승부가 주효했다고 밝혔다. 유인구 승부보다는 자신의 주무기를 활용해 빠른 타이밍에 과감히 승부한 것이 통했다. 최고 150㎞에 이르는 빠른 공, 그리고 그와 짝이 되는 슬라이더의 위력은 명불허전이었다.

그리고 2경기에서 또 하나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커브였다. 110㎞대의 느린 커브를 적시적소에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을 한판승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적잖게 눈에 띄었다. 2경기에서 김광현의 탈삼진 구종을 보면 알 수 있다. 김광현은 1일 KIA전에서 세 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는데 슬라이더가 2개, 그리고 커브가 하나였다. 8일 삼성전에서는 빠른 공으로 2개, 슬라이더로 3개, 그리고 커브로 2개를 잡아냈다.
김광현은 프로 입단 후 커브를 많이 구사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주무기 중 하나로 활용했지만 프로에 와서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의 투피치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서서히 커브 구사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노리고 들어오는 상대 타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말 그대로 완급조절을 위해서인데 올 시즌 커브의 위력은 지난해보다 한층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속으로 봤을 때 빠른 공과 슬라이더는 모두 ‘강’이라고 할 수 있다. 강약 조절이 필요한데 김광현에게는 ‘약’의 구종이 없었다. 최근 몇 년간 체인지업 구사에 열을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아직까지 확실히 손에 익지 않고 있다. 경기 중에 자신감 있게 던질 수 있는 구종까지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대신 경기 운영에서 차지하는 커브의 비중을 높여가며 ‘투피치’ 위주의 투구에서 벗어나고 있다.
김광현하면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생각하던 타자로서는 느린 커브가 들어오면 움찔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면 사실상 치기가 쉽지 않다. 8일 삼성전이 그랬다. 1회 우동균에게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던진 김광현은 4구째 112㎞짜리 느린 커브를 던져 루킹삼진을 잡아냈다. 3구째 빠른 공(145㎞)와의 구속 차이는 33㎞에 이르렀다. 우동균의 머릿속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구종이었을 법하다.
4회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인 최형우를 루킹삼진으로 돌려세운 것도 커브의 힘이었다. 허를 찔렀다. 초구 빠른 공을 던진 김광현은 2·3구를 연달아 커브로 던졌다. 그리고 4구째는 다시 빠른 공 승부로 최형우의 배트를 이끌어내더니 5구째 114㎞ 커브를 던져 루킹삼진을 잡았다. 이미 두 차례나 커브를 본 최형우로서는 빠른 공이나 슬라이더를 염두에 뒀을 법한 상황. 그러나 김광현은 다시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커브를 던져 승리를 거뒀다.
경기를 지켜본 김진욱 SKY SPORTS 해설위원은 “8일 경기에서는 김광현의 구위가 워낙 좋았다. 제구도 잘 됐다. 포수로서는 볼 배합하기가 참 편한 경기였을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커브가 들어왔다면 움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용희 SK 감독도 “김광현의 커브가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고 이날 공을 받은 포수 이재원 또한 “커브의 위력이 좋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단순히 한 경기 이벤트로 끝날 성격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빠른 공과 슬라이더라는 최고의 구종을 가지고 있는 김광현이다. “커브로도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언제든지 승부를 걸어올 수 있다”라는 인식이 생기면 타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왼손타자는 더 그렇다. 김광현이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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