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삼성이 자존심을 건, 그리고 팬들 앞에서 후회 없는 주말 3연전을 벌였다. 팽팽한 투수전, 그리고 홈런 공방전까지 3연전 안에 모두 녹여내며 좋은 날씨 속에 경기장을 찾은 양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결론적으로 시리즈의 승자는 SK였지만 삼성도 강인함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SK와 삼성은 8일부터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치열한 주말 3연전을 벌였다. 8일 경기에서는 SK가 선발 김광현의 7이닝 무실점 역투를 앞세워 3-0으로 이겼다. 그러나 9일 경기에서는 5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벌인 삼성 선발 윤성환(7이닝 1실점)이 멍군을 부르며 삼성이 3-1로 승리를 가져갔다.
경기 후 양팀 사령탑조차 “상대의 마운드가 강하다. 공략하기 쉽지 않다”라고 털어놨을 정도로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그러나 10일 경기에서는 반대의 양상이 벌어졌다. 양팀 선발투수들을 고전하게 하는 홈런포가 터지면서 경기 막판까지 알 수 없는 승부가 이어졌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흥미진진한 승부였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SK였다. 0-1로 뒤진 2회 무사 1,2루에서 정상호가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린 것에 이어 2사 만루에서는 브라운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5-1로 앞서 나갔다. 3회에는 1사 3루에서 박계현의 적시타, 1사 1,3루에서 이명기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7-1까지 달아났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선발 차우찬이 3이닝 만에 무너진 상황에서 추격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의 타선이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김기태가 힘을 내 SK 타선을 막아내는 사이 맞은 만큼 갚아주기 시작했다. 4회 최형우의 좌중간 솔로홈런은 시발점이었다. 5회 1사 만루 찬스를 놓쳤지만 6회에는 2사 후 이승엽의 안타, 김재현의 볼넷으로 1,2루를 만든 뒤 진갑용이 결정적인 좌월 3점 홈런을 터뜨리며 5-7까지 따라붙었다.
삼성의 추격전에 다소 늘어지는 듯 했던 경기장 분위기는 다시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6회부터는 양팀 벤치의 지략과 투지가 총동원된 진검승부가 벌어졌다. SK는 선발 채병룡이 5⅔이닝을 던지고 내려가자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 위해 전유수가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임무를 잘 마쳤다. 삼성도 6회 2사 후 김기태가 최정에게 2루타를 맞자 뒤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필승요원인 심창민을 올려 버티기에 들어갔다. 심창민은 박정권을 삼진으로 잡고 점수차를 붙잡았다.
어차피 다음날 휴식이 있는 두 팀은 리그 1·2위를 기록 중인 불펜(삼성 1위, SK 2위)을 총동원해 마지막 승부를 본다는 요량이었다. SK는 예상대로 7회부터 문광은부터 시작하는 필승조 요원들이 줄줄이 출격했다. 삼성도 심창민이 7회를 깔끔하게 막아내며 호시탐탐 역전을 노렸다. SK는 8회 2사에서 왼손 이승엽이 등장하자 계산대로 정우람을 올린 끝에 결국 8회에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은 8회 1사 후 좌타자인 이명기 조동화로 이어지는 타순이 등장하자 역시 왼손 박근홍을 올려 SK의 흐름을 끊어갔다.
하지만 SK는 9회 윤길현이 삼성 타선을 틀어막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막판까지 점수차가 유지되며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지만 전유수 문광은 정우람 윤길현으로 이어지는 SK의 새 필승 마운드는 삼성 타선을 착실하게 막아내며 진땀나는 승부를 마무리했다. SK의 7-5 승리. 그러나 삼성은 9회 1사 후 대타 김상수의 안타로 끝까지 3루 관중석의 삼성 팬들을 붙잡았다. 세 경기 모두 3점 이내에서 승부가 난 치열한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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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