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미치 탈보트(32, 한화 이글스)가 경기를 망쳤다.
탈보트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2이닝 3피안타 1탈삼진 3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계속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보다 문제가 된 것은 마운드 위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퇴장당하며 팀에 해가 된 부분이었다.
문제의 상황은 3회말에 일어났다. 0-2로 뒤진 상황에 선두 김재호를 중전안타로 출루시킨 탈보트는 1루에 견제를 시도했고, 권영철 1루심은 보크를 선언했다. 정상적인 동작이었다면 주자를 아웃시킬 수도 있는 상황에서 보크 판정이 나오자 탈보트는 순간적으로 크게 흥분해 글러브를 허공에 내던졌다. 이에 김병주 주심은 즉각 퇴장을 명령했다.

이후 경기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다.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좌완 김기현이 급히 마운드에 올라 민병헌과 상대했으나 결과는 좌측 폴대를 맞는 투런홈런이었다. 그러면서 한화는 0-4로 뒤졌고, 이후 계속해서 두산에 끌려가 결국 0-6으로 패했다.
탈보트가 보크를 지적받은 것은 축이 되는 다리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우완투수 기준으로 피칭 시 축이 되는 오른쪽 다리를 움직여 투구 의사를 보인 뒤 견제구를 던져 상대를 기만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병주 주심은 이 상황에 대해 “오른쪽 무릎이 2번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과거 한국에서 뛴 경험이 없지 않은 탈보트가 유독 올해 심판들에게 견제 동작을 많이 지적받는다는 느낌도 가질 수 있지만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KBO리그의 보크 규정이 2014 시즌부터 강화됐기 때문에 삼성 시절인 2012년과의 직접 비교는 무리가 있다.
이날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보크 판정이 나온 뒤 탈보트의 행동이었다. 어차피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정도의 가벼운 제스처만 취해도 항의 의사는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탈보트는 마운드에서 글러브를 집어던지는 뜻밖의 행동으로 불만을 표출했고, 퇴장을 자초했다.
자신의 퇴장으로 몸 풀 시간을 충분하게 갖지 못한 투수가 급히 올라와 홈런을 얻어맞은 것이 팀의 패배를 앞당겼다. 탈보트의 퇴장으로 처진 한화 벤치의 분위기는 민병헌의 투런홈런에 더욱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에이스가 했어도 비난받을 일이었는데, 이날 이전까지 최근 4경기에서 13이닝 25실점(24자책)으로 부진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이 8.89까지 치솟은 선수가 할 행동은 더더욱 아니었다.
탈보트는 여기에 욕설까지 내뱉었고, 이는 중계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만약 판정이 잘못된 것이었다 해도 선수가 욕을 하는 순간 세간의 관심은 선수 본인에게 쏠린다. 지난해 심판에게 거칠게 욕하며 징계를 받았던 찰리 쉬렉(NC)의 사례를 떠올려도 경기장 내 욕설은 무조건 지양해야 할 행동이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탈보트는 감정을 놓아버렸고, 한화는 경기를 그대로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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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