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말말말]"장마는 언제 와요?"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5.11 13: 00

[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말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야, 남경호 불러줘?" - 두산 김태형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은 고졸 3년차인 함덕주를 가끔 ‘애기’로 칭한다. 팀 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각 팀 투수조 막내가 도맡는 아이스박스 운반 역시 함덕주의 몫이다. 남경호가 1군에 있을 때는 잠시 손이 자유롭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김 감독은 10일 경기를 앞두고 “함덕주가 아이스박스를 들고 왔다갔다 하기에 ‘야, 남경호 불러줘?’ 하고 물어봤다”며 웃었다. 함덕주를 향한 김 감독의 시선엔 걱정도 섞여 있지만 그보다 뿌듯함이 앞선다.

▲ "오늘 승진한 사람이 많아" - 한화 김성근 감독
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은 주전들이 많이 빠진 한화 라인업을 들여다보며 “오늘 승진한 사람이 많아”라고 한 마디 농담을 던졌다. 당시 한화는 주축인 김태균과 김경언이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지 않아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평소 타순보다 앞에 배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한화는 대타로 나온 김경언이 만루 찬스에서 밀어내기로 결승타점의 주인공이 되는 등 공격력을 폭발시키며 10-6으로 승리했다.
▲ "펜스가 뒤인 줄 아나봐요" - KIA 구단 관계자
평소 입담좋기로 소문난 KIA 구단 관계자. 지난 9일 목동 넥센전에서 5회 1사 1,3루에 들어선 이범호가 연신 백네트에 맞는 파울을 날리자 안타까운 마음에 "펜스가 뒤인 줄 아나보다"라는 탄식(?)을 뱉어냈다. 당시 6개의 파울 끝에 7구째 삼진으로 물러난 그는 10일 3-6으로 뒤진 7회 무사 만루에서 짜릿한 만루 홈런을 날리며 앞에 있는 펜스를 넘기고 만루의 사나이로 등극했다.
▲ “장마는 언제 와요?” - kt 조범현 감독
위닝시리즈에도 안심하지 못했다. kt 조범현 감독은 지난 8일 수원 LG전에 앞서 “장마는 언제 와요? 곧 올 때가 되지 않았어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한화와 주중 3연전을 가져갔지만, 외국인타자 앤디 마르테가 부상으로 또 빠지고 말았다. 마무리투수 장시환도 연투로 이날 경기에선 못 쓰는 상황이었다. 비라도 내려서, 한 박자 쉬어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kt는 8일과 9일 연이어 LG를 꺾으며 4연승을 질주, 지난 주 두 번의 3연전을 모두 가져갔다.
▲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 LG 최경철
지난 10일 LG 트윈스 포수 최경철이 kt 조범현 감독에게 인사를 전하러 1루 덕아웃으로 왔다. 조 감독과 최경철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SK에서 스승과 제자로 함께한 사이. 조 감독이 “왜 이제야 왔냐?”고 최경철에게 물었고, 최경철은 “그제, 어제 인사드릴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조 감독은 “너 타석에서 타이밍은 잘 맞던데”라고 말해 취재진에 웃음을 선사했다. 한편 조 감독은 “경철이는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배려심도 깊고, 공부도 많이 한다. LG 투수들이 경철이를 많이 좋아할 것이다. (박)경완이 밑에서 배웠던 것들이 이제 나오고 있다.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최경철이 선전을 이어가기를 바랐다.
▲ “이 차장님, 저 대신 치면 안 될까요” - LG 이진영
올 시즌 이진영은 지독한 타격 슬럼프를 겪고 있다. 시즌 타율 2할5푼으로 통산 타율 3할5리보다 현저히 낮다. 지난 5시즌 중 4시즌을 3할 이상을 기록한 이진영이기에 더 익숙하지 않은 타율이다. 연습도 많이 하고 머리도 짧게 깎았으나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결국 지난 9일 수원 kt전에 앞서 홍보팀 직원에게 농담 삼아 대타를 요구했다. 이진영을 LG 트윈스 홍보팀 이진녕 차장을 향해 “이 차장님 저 대신 치면 안 될까요? 이진영보다 이진녕이 낫지 않을까 싶은데...”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 “명품 투수전이요? 우리는 울화통 터져요” - SK 이재원
SK와 삼성의 주말 3연전은 명품 투수전으로 호평을 받았다. 8일 경기에서는 김광현의 7이닝 무실점 역투를 앞세운 SK가 3-0으로 이겼고 9일 경기에서는 선발 윤성환(7이닝 1실점)의 호투와 막강한 필승조로 경기를 틀어 막은 삼성이 3-1로 설욕전을 펼쳤다. 언론 및 팬들은 “오래간만에 좋은 투수전을 본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시무룩한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이 투수들에 밀려 타율이 폭락(?)한 야수들. 이재원은 “언론에서는 명품 투수전이라고 하는데 타자들은 울화통이 터지는 경기들”이라고 껄껄 웃었다. 하지만 이재원은 10일 경기에서 멀티히트 경기를 작성하며 까먹은 타율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 “명품 투수가 해설을 하니 그러지” - 삼성 류중일 감독
류중일 삼성 감독은 SK와의 주말 3연전이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간 것에 대해 “SK의 마운드가 좋다. 우승후보다”라며 상대 마운드를 치켜세웠다. 그렇게 상대를 칭찬하는 사이 이날 경기 해설을 위해 그라운드를 지나던 김진욱 SKY SPORTS 해설위원이 류중일 감독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러자 류 감독은 “명품 투수가 해설을 하니 경기가 명품 투수전으로 흘러간다”라고 껄껄 웃었다. 두산 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김진욱 위원은 현역 시절 좋은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에 김 위원도 뒤지지 않았다. 김 위원은 “명품 유격수가 감독으로 있으니 팀 수비가 참 좋다”라고 받아쳤고 류 감독은 할 말을 잃은 듯 취재진과 함께 웃기만 했다.
▲ "살려주십시오, 감독님~" - 롯데 강민호
5월들어 롯데는 단 1승에 그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NC와 마산경기를 앞둔 10일, NC 더그아웃 쪽으로 롯데 선수들이 다가온다. 김경문 감독에게 인사를 할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장 최준석이 먼저 와 "감독님, 살살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꾸벅 인사를 한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은 "나이스 배팅"이라며 연이틀 홈런을 친 최준석을 칭찬했다. 잠시 후 이번엔 강민호가 다가오더니 폴더폰처럼 90도 허리를 숙인다. "살려주십시오, 감독님!" 5연패 중이었던 롯데, 강민호는 김경문 감독에게 읍소를 했다. 김경문 감독도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롯데는 10일 경기도 NC에 패하면서 6연패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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