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투수들이 KIA 마운드의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KIA는 지난 1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다 한꺼번에 6점을 내주면서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이범호의 만루홈런 등 타선이 터지면서 11-6으로 대승을 거두었다. 길고 길었던 넥센전 11연패의 터널에서 힘겹게 빠져나왔다. 역전승의 비결은 타격폭발도 있었지만 효과적으로 막아준 임준혁과 한승혁 등 중간투수들의 역량이 빛났다.
임준혁은 4회 선발 필립 험버의 구원에 나서 투런홈런(1자책)을 맞고 주춤했다. 2-6으로 벌어지면서 경기 흐름도 넥센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임준혁은 이후 흔들리지 않고 6회까지 2이닝을 실점없이 막아내며 역전극의 발판을 놓았다. 결국 방망이가 터졌고 임준혁은 2⅓이닝 1실점 투구로 구원승을 따냈다.

임준혁은 작년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완주하면서 제구력과 볼의 움직임지 좋아지면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3월 29일 LG전에서 첫 등판(1⅓이닝 무실점) 이후 갑작스럽게 허리통증을 일으켜 이탈했다. 5월 8일 넥센전에서 뒤늦게 개막 첫 등판에 나서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롱릴리프로 팀 마운드의 귀중한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강속구 투수 한승혁의 변화도 눈에 띤다. 역시 개막을 2군에서 보냈던 한승혁은 1군에 올라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10경기에서 4홀드 1패(1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2.31의 빼어난 투구를 하고 있다. 비록 지난 8일 넥센전에서 박병호에게 9회 끝내기 홈런을 맞았지만 150km를 웃도는 강속구에 제구력도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10일 경기에서는 임준섭의 뒤를 이어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는 솜씨를 보였다. 특히 끝내기 홈런을 내준 박병호를 상대로 154km짜리 몸쪽 직구를 찔러넣어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는 설욕을 했다. 한승혁에 대한 김기태 감독의 믿음도 높아지면서 이제는 필승조의 주력 우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좌완 필승맨 심동섭, 소방수 윤석민과 함께 든든하게 뒷문을 지켜주고 있다.
미완의 대기 홍건희 역시 조금씩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데뷔이후 처음으로 개막을 1군에서 맞이한 홍건희는 스윙맨으로 제몫을 하고 있다. 4월 26일 두산과의 잠실경기에 첫 선발투수로 나서 흔들리면서도 5이닝 1실점으로 막았다. 5월 8일 넥센전에서는 4이닝동안 단 3안타만 맞았으나 모두 홈런인 것이 불운이었다. 그러나 직구의 힘, 제구력, 변화구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22의 든든한 성적표이다.
올해 KIA 마운드는 전반적으로 작년보다는 전력이 향상되었다. 평균자책점 4.69는 10개 구단 가운데 4위의 성적이다. 외국인 투수 필립 험버의 부진이 걸리는 대목이지만 그래도 선발진과 미들맨, 소방수에 이르기까지 다들 제몫을 해주고 있다. 그 중심에 세 명의 성장한 투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KIA는 극심한 부진에 빠진 타선 때문에 고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마운드의 힘은 타선이 재가동된다면 반등의 기세에 오를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