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커쇼(27, LA 다저스)가 심상치 않다. 통산 100승의 기회를 번번이 날리며 예년만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판도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도 있다.
커쇼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미 콜로라도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으나 5⅔이닝 동안 8피안타 4볼넷 5탈삼진 5실점의 부진에 빠지며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통산 100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는 커쇼는 지난 4월 18일 애리조나전 승리 이후 4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만을 안았다. 아홉수에 걸린 모습이다.
올 시즌 전체 성적도 좋지 않다. 7경기에 선발로 나섰으나 1승2패 평균자책점 4.26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이자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자의 위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성적이다. 5월 들어서는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5월 2경기에서도 피안타율과 평균자책점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 형국이다. 평균자책점은 내셔널리그 41위에 불과하다.

커쇼의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금세 털고 일어나 다시 제 모습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사이영상 수성에는 비상이 걸렸다. 커쇼가 가지고 있던 ‘프리미엄’은 4·5월 부진이 모두 깎아먹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제는 동등한, 아니 오히려 경쟁자들을 추격하는 처지에서 레이스를 벌이게 됐다. 다른 선수들이 이미 커쇼를 한참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사이영 예측 점수에서 커쇼는 10위 안에도 끼지 못하고 있다. 1위는 올 시즌 벌써 5승을 거둔 팀 동료 잭 그레인키(LA 다저스)다. 6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56을 기록 중인 그레인키는 60.2점을 얻어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58.1점의 베테랑 바톨로 콜론(뉴욕 메츠)이다. 콜론은 7경기에서 6승1패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하고 있다.
3위는 마이클 와카(세인트루이스, 56.1점), 4위는 맷 하비(뉴욕 메츠, 53.2점)다. 특히 하비의 경우는 올 시즌 가장 주목할 만한 커쇼의 대항마로 손꼽히고 있다. 팔꿈치 수술 전력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레 시즌을 시작했지만 몸이 풀리면 더 좋은 구위를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다. 그 외 내셔널리그로 옮겨온 슈퍼스타인 맥스 슈어저는 승운(2승3패)은 다소 부족하지만 평균자책점 2.11로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항상 커쇼의 대항마였던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지만 올해 FA를 앞둔 조니 쿠에토가 리그에서 유일하게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51⅓)로 치고 나가는 등 의욕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흠이다. 사이영 투표 인단이 승리 뿐만 아니라 평균자책점, 그리고 이닝소화능력 등 ‘에이스’의 자질을 두루 살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커쇼의 시즌 출발은 분명 늦은 것이 확실하다.
다만 커쇼는 갈수록 좋아지는 선수라는 점에서 디펜딩챔피언의 약진을 기대하는 여론도 있다. 커쇼는 통산 3·4월 평균자책점이 3.17이다. 이에 비해 5월(2.86)과 6월(2.80)에는 성적이 좋아졌다. 남들이 더위에 고생할 만한 시기인 7월(1.98)과 8월(2.51)에 정점을 보냈고 마지막 9월(1.97) 성적이 최고였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이유다. 과연 커쇼가 반등에 성공하며 경쟁자들을 제치고 사이영상 3연패에 도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