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불펜진이 달라졌다.
KIA는 현재까지 15승 18패로 리그 7위에 머물러있다. 1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는 6.5경기 차. 시즌 전 우려했던 정도의 성적은 아니다. 당초 주전 센터라인이 군 입대, 특별지명 등을 통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큰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시즌 초 김주찬, 신종길 등 주전 외야수들이 부상으로 빠졌고 중심타선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한 상황에서도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잘 버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불펜진의 안정에 있다. KIA는 지난해 선발 평균자책점(5.91)과 불펜 평균자책점(5.71) 모두 9개 팀 중 8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 초반 선발 마운드 성적은 평균자책점 5.17(8위)로 인상적인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이 4.02(4위)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 중심에는 역시 마무리 윤석민이 있다. 또한 앞에서 버텨주는 투수들이 있기에 뒷문이 강해졌다.

특히 불펜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승혁, 심동섭의 호투가 인상적이다. 먼저 시즌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한승혁은 지난달 17일 1군에 콜업된 이후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올 시즌 10경기에 출전해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 중이다. 지난주 KIA가 2승(4패)을 거둔 상황에서도 모두 한승혁이 등판했다. 비록 8일 목동 넥센전에선 9회말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홈런 한 방을 맞으며 패전 투수가 됐지만, 투구 내용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4-4로 맞선 8회말 1사 2루의 위기 상황에 등판해 박헌도, 김민성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그리고 10일 경기에선 곧바로 복수에 성공했다. 한승혁은 필립 험버-임준혁에 이어 3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의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이틀 전 홈런을 허용했던 박병호에게 154km의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1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심동섭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임무를 마쳤다.
시즌 전 마무리 후부로 거론되기도 했던 심동섭은 필승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심동섭 역시 윤석민 이전에 등판해 호투를 펼치고 있다. 지난 7일 마산 NC전에선 팀이 3-2로 앞선 7회말에 등판해 1⅔이닝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한승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한승혁이 한 타자를 상대한 후 윤석민이 등판했고, 팀의 4-2 승리를 잘 지켰다. 6일 NC전에서 역전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필승조지만 곧바로 복수에 성공했다.
심동섭은 10일 넥센전에서도 한승혁과 순서만 바뀌었을 뿐 호투했다. 팀이 8-6으로 앞선 8회말 1사 후 등판해 두 타자를 깔끔히 처리하고 셋업맨 임무를 다 했다. 이날 역시 마지막 투수로 등판한 윤석민은 9회말 삼진 3개를 뽑아내며 완벽하게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어느새 한승혁-심동섭-윤석민의 조합은 ‘승리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아직 공격력 침체로 확실히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KIA지만, 계산이 서고 있는 불펜진은 분명 KIA에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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