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본 프레이밍, 얼마나 중요할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5.12 10: 00

포수는 가장 공을 많이 받는 포지션이다. 보통 매경기 투수로부터 150개가 넘는 공을 받는다. 캐칭·블로킹·스로잉이 포수 3대 기본기라고 보면,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이 캐칭이다. 그만큼 포수는 투수가 던진 공을 잘 받아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투수의 공이 까다로워진다는 점이다. 타자에게 맞지 않기 위해 패스트볼의 구속은 점점 올라가고, 변화구의 각도는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에 맞춰 포수의 캐칭 능력도 발전할 필요가 있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간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해 볼 판정이라도 받으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와 마주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스트라이크 존에서 빠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들면, 타자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메이저리그에선 이러한 포수의 캐칭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프레이밍(Framing)이란 명칭 아래, 스트라이크 존에서 빠진 공의 스트라이크 판정 비율을 포수마다 기록한다.

LA 다저스가 올 시즌을 앞두고 포수진에 변화를 준 이유도 프레이밍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프레이밍 수치가 낮은 A.J. 엘리스 대신 프레이밍 수치가 높은 야스마니 그랜달을 주전포수로 내세우고 있다. 2014시즌 엘리스의 프레이밍 수치는 -44.6.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 포수와 비교해 스트라이크 콜을 44개 이상 놓쳤다. 반면 그랜달의 프레이밍 수치는 +114.8로 리그 전체 6위다. 한 시즌 동안 엘리스보다 스트라이크 콜을 약 3배나 많이 만들어냈다.
그랜달 영입 효과는 만점이다. 에이스투수 잭 그레인키는 그랜달을 두고 “알려진 것보다 공을 더 잘 잡아준다. 기대했던 그대로다. 손의 움직임이 워낙 좋다. 그랜달 덕분에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올 시즌 그레인키는 그랜달과 호흡을 맞추며 5승 0패 평균자책점 1.56(5월 11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KBO리그서도 프레이밍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도자가 있다. 바로 LG 트윈스 김정민 배터리코치다. 김 코치는 “포수에 있어 프레이밍은 정말 중요한 기술이다. 가령 투수 입장에서 볼카운트 B1S1에서 B2S1이 되는 것과, B1S2가 되는 것은 천지차이다. 프레이밍을 통해 이러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경기 흐름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게 누적되면 시즌 전체에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김 코치가 프레이밍을 강조하는 만큼, LG 주전포수 최경철 역시 뛰어난 프레이밍을 자랑한다. 일례로 지난 4월 26일 마산 LG-NC전에서 최경철은 이동현이 나성범을 상대로 던진 몸쪽 낮은 패스트볼을 기가 막히게 잡았다. 다소 낮은 코스로 로케이션이 형성됐지만, 최경철은 부드럽고 강한 손목을 통해 이동현의 패스트볼을 공 한 개 정도 높게 잡아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다. 이 공 하나로 나성범은 삼진아웃을 당했고, 경기는 LG의 1점차 승리로 끝났다.
김 코치는 “사실 프레이밍이라는 게 정말 어려운 기술이다. 너무 심하게 미트를 움직이면 부작용만 심하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도 볼이 될 수 있다. 경험이 많지 않고 투수의 공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면 절대 할 수 없다”며 “당시 경철이는 손목이 버텨줬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콜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경철이도 시즌 초반 몸이 올라오지 않았을 때는 프레이밍을 의식해 공을 많이 놓쳤다. 힘과 감각이 동반되지 않으면 프레이밍을 할 수 없다. 지금 경철이는 많이 올라왔다. 프레이밍만 놓고 봐도 한국에서 중간 이상은 할 것이다”고 전했다.
덧붙여 김 코치는 “메이저리그에선 포수별로 프레이밍 수치를 다 기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야디어 몰리나와 다른 포수들의 차이도 프레이밍에서 드러난다. 정말 어려운 테크닉인데 투수 입장에서 보면 프레이밍이 좋은 포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마쳤다.
반면 NC 김경문 감독과 kt 조범현 감독은 프레이밍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먼저 김 감독은 프레이밍의 위험부담을 경계했다. 김 감독은 “예전 포수들도 심판을 일부러 속이려고 했었다. 그래서 (심판 시야를 가리기 위해) 몸을 세우면서 포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스트라이크 3개 정도 더 잡으려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주자가 있을 때 프레이밍을 하다가 패스트볼이 나올 수도 있다. 때문에 포수는 오는 그대로 잡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조 감독 또한 “(프레이밍의) 궁극적인 목적은 스트라이크를 만드는 것인데, 스트라이크를 잘 받기 위해선 구심으로 하여금 공이 잘 보이게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잡아야 구심도 공을 잘 보고 스트라이크도 잘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감독은 “가장 좋은 포수는 투수를 기분 좋게 하는 포수다. 프레이밍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포수에게는 프레이밍 외에도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 최고 포수라 평가 받는 (박)경완이는 프레이밍도 좋았지만,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다 잘 하는 포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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