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내수 수입차 시장 1위였던 BMW가 삐끗하자 이를 놓치지 않고, 단숨에 1위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지난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집계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벤츠는 4136대를 판매, 월판매량은 물론, 점유율에서도 BMW를 밀어내고 국내 수입차 시장 1위에 등극했다.
2012년부터 올 1분기까지 점유율을 살펴보면 BMW와 벤츠의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2012년 BMW의 점유율은 21.51%였으며 벤츠는 15.58%에 불과했다. BMW의 뒤를 이어 수입차 시장 점유율 2위였지만 그 격차는 컸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BMW가 판매량을 늘려간다 해도 벤츠를 비롯한 타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더욱 거셌다. 벤츠는 줄어들기 시작한 BMW의 영향력을 재빠르게 자신들의 것으로 채워나갔다.
2013년까지는 BMW와 벤츠의 점유율이 각각 21.13%, 15.83%로 전년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이듬해인 2014년에는 BMW가 20.46%, 벤츠가 17.93%로 오르더니 올 4월, BMW 17.90%, 벤츠 19.69%로 상황은 역전되고 말았다.
특히, 전체적으로 물량이 모자라 4월 수입차 전체 판매가 전월 대비 18.3% 감소, 아우디와 BMW의 판매량도 마찬가지로 줄어든 가운데 벤츠만 4136대를 팔아 3월 3639대보다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의 이 같은 성장세에는 소형 라인업과 지난해 7년 만에 선보인 ‘더 뉴 C-클래스’가 있었다. 올 초 AMG 모델로 고성능 라인까지 강화하고 나선 ‘A클래스’는 180 CDI가 지난해 하반기 5달 동안 판매된 396대를 올 4월까지 452대가 판매되며 이미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섰고, ‘C클래스’도 200과 220 블루텍 등 지난해 판매량의 1/3 또는 1/2을 달성, 무난히 초과 판매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E클래스와 S클래스도 벤츠의 견실한 판매역을 톡톡히 하고 있는 중이다.

벤츠 관계자는 “판매량 1위가 아닌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를 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하지는 않는다”며 “젊은 층에서 콤팩트 라인업에 대한 반응이 좋고, C클래스를 비롯해 E클래스, S클래스의 판매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4월 2일 출시한’ 마이바흐 S클래스’의 판매량이 100대가 넘어서며 S클래스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BMW 관계자는 잠깐의 변화에 개의치 않는 듯 “예상한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신차 출시가 없기 때문에 주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1시리즈 포함 3시리즈 페이스 리프트 모델과 7시리즈, 1시리즈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 되면 판매량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일명 ‘강남 쏘타나’로 불리는 모델의 브랜드가 전체 수입차 시장을 이끄는 형국이었다”며 “BMW ‘5시리즈’에 대해 매력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벤츠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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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바흐 S클래스(위)와 더 뉴 C-클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