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1위’ 최형우, 토종 자존심 짊어졌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12 10: 07

시즌 초반 페이스가 무섭다. 50홈런 페이스다. 최형우(32, 삼성)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를 아는 모든 이들이 “오버 페이스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젓고 있다. 그만큼 기량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다는 이야기다. 토종 거포의 자존심을 짊어지고 있는 최형우가 자신의 최고 시즌에 도전하고 있다.
최형우는 11일까지 34경기에서 타율 3할2푼8리, 13홈런, 37타점을 기록 중이다. 발군의 성적이다. 홈런에서는 팀 동료 야마이코 나바로와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점에서는 이호준(NC, 38타점)에 간발의 차로 뒤진 2위다. 최다 안타 부문에서는 4위, 득점에서도 공동 6위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고른 성적을 내고 있다. 현 시점까지는 토종 최고의 타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홈런이다. 현 시점에서 최형우가 리그 최고의 토종 4번 타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주에도 4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홈런 페이스를 바짝 올리고 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50개 이상의 홈런이 가능하다. 최형우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지난해 기록한 31개였다. 개인 최고의 대포쇼를 보여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기량은 검증이 됐다. 류중일 감독은 최형우의 홈런 페이스를 놓고 “오버페이스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류중일 감독은 “지금까지 쭉 30개 정도의 홈런을 쳐왔던 선수다. 좋을 때 많이 쳐놔야 한다”라며 최형우의 기량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실제 그렇다. 최형우는 2008년 이후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존재감을 드러냈던 2008년과 한 차례 부진을 겪었던 2012년을 제외하면 모두 20홈런 이상이었다. 30홈런 이상도 두 번(2011·2014)을 기록했다.
파워에 경험까지 쌓였다. 슬럼프에도 능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흔히 야구 감독이 이야기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에버리지가 확실한 타자”다. 최형우의 최고 시즌은 2011년이다. 133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3할4푼, 30홈런, 118타점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지난해에도 113경기에서 타율 3할5푼6리,31홈런, 100타점으로 당시에 근접한 성적을 냈다. 지금 페이스라면 2011년과 지난해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다.
토종의 자존심도 짊어졌다. 홈런에서 그렇다. 외국인 타자들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토종 거포들은 좀처럼 홈런왕 타이틀을 외인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이대호(롯데), 최형우, 박병호(넥센)와 같은 확실한 방패막이가 있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최형우가 가장 좋은 페이스로 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최형우의 방망이에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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