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책임감’ 켈리, 新에이스로 눈도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12 10: 49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인 KIA와 SK의 경기를 앞두고 SK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27)는 김용희 SK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면담을 했다. 켈리는 2일 KIA전에서 5⅔이닝 동안 7피안타 3볼넷 2탈삼진 2실점을 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켈리는 교체 타이밍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당시 투구수는 98개. 한 타자 정도는 더 상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켈리가 이 교체 타이밍에 대해 김 감독에게 직접 문의한 것은 “나는 더 던질 수 있었다”라는 의욕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날 켈리의 구위가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지 않았다. 실점은 적었지만 정말 꾸역꾸역 막고 있었다. 교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라며 켈리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켈리도 흔쾌히 감독의 생각에 동의하며 면담을 마쳤다. 면담을 통해 감독의 진심을 안 켈리도 불필요한 오해 없이 다시 얼굴에 웃음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켈리는 9일 인천 삼성전에서 7⅔이닝 5피안타 5탈삼진 2실점의 역투를 선보이며 “오래 던지고 싶다”라는 자신의 다짐을 그라운드에서 실현시켰다. 삼성 강타선을 상대로 이날 1할9푼2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는 등 짠물피칭을 벌였다. 비록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시즌 첫 패전을 떠안았지만 김용희 감독은 “켈리가 베스트 피칭을 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켈리도 성에 찰 만큼 공을 던지고 내려왔다. 1일 경기와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승운은 없다. 올 시즌 6경기에서 3.0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승리는 단 1승뿐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승리와 관련한 인센티브가 걸려 있는 경우가 많아 대개 이런 상황에는 민감해 한다. 그러나 켈리는 걱정될 만큼 태평하다. 켈리는 8일 경기 후 “내 공을 던졌다. 내용은 괜찮았다. 승리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경기에 만족한다”라면서 “승리보다는 평균자책점이나 이닝소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잘 던지다보면 승리는 언젠간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켈리는 올 시즌 한국무대에 입성한 외국인 투수 중 최상위권 클래스로 평가받는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하나도 없어 우려를 모으기도 했지만 지금은 “SK가 흙속의 진주를 찾았다”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2점대에 근접한 평균자책점, 2할3푼4리의 피안타율, 1.16의 이닝당출루허용률은 훌륭하다. 26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허용한 볼넷은 11개다. 역시 준수한 수치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쉽게 칠 수 있는 공이 아니다”고 박수를 보냈다.
140㎞ 후반에 이르는 빠른 공에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 그리고 변형 직구와 한국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커브까지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공들의 제구가 잡혀 있다는 것이다. 기대했던 모습대로 던져주고 있다. 이런 구위에 팀을 위한 책임감까지 갖췄으니 SK로서는 복덩이 탄생 예감이다. 켈리가 새로운 외국인 에이스로 등극할 준비를 조금씩 마쳐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