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지기 심수창, 결코 불운하지 않은 이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5.13 07: 21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심수창(34)을 따라다니는 말, 바로 불운한 투수다. 과거 불운 속에 18번이나 패전을 거듭했던 심수창은 롯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올 시즌 역시 선발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번번이 불펜 방화로 승리를 날렸다.
때문에 심수창의 올 시즌 승리는 여전히 '0'이다. 8경기에서 25이닝을 소화, 1패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 중이다. 비록 승리는 없지만 세부성적은 놀랍기만 하다. 탈삼진 30개를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단 3개만 내줬다. 25이닝 이상 소화한 KBO리그 투수들 가운데 평균자책점은 가장 낮고, 투수 기량의 척도로 자주 활용되는 K/BB(삼진/볼넷)은 무려 10.0으로 삼성 윤성환(11.0)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발로 정말 잘 던지던 심수창은 팀 사정 때문에 불펜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재기에 성공, 선발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심수창은 팀을 위해 희생해야 했다. 이종운 감독은 "네가 지금 가장 좋아서 팀이 가장 필요한 자리로 옮기는 거다. 불펜이 다시 안정을 찾을 때까지만 부탁한다"고 심수창의 마음을 달랬다.

리그에서 가장 좋은 제구력을 갖고도 여전히 '무승 투수'인 심수창이지만 이제 그에게는 승리 못지않게 값진 세이브 기록이 오롯이 새겨지고 있다. 심수창은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뒤 4월 30일 목동 넥센전에서 처음으로 구원 등판했는데, 당시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세이브를 올렸었다.
그리고 5월, 롯데가 10경기에서 2승 8패 부진에 빠진 동안에도 심수창의 '승리의 요정'이었다. 롯데가 5월 승리를 거둔 2경기에 모두 출전한 심수창, 3일 대전 한화전은 2⅔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고 홀드를 더했고, 12일 사직 넥센전은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12일 등판은 롯데와 심수창 모두에게 뜻 깊었다. 롯데는 심수창이 뒷문을 지켜준 덕분에 6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심수창이 공식적으로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은 뒤 첫 등판에서 승리를 지켜내며 롯데는 뒷문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심수창은 1점 차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정신력까지 과시했다.
'1승'에 목말랐던 심수창이지만, 마무리투수에게 '승리투수'는 훈장이 아닐 때가 더 많다. 이제 심수창은 자신의 1승이 아니라 롯데의 1승을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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