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KIA), 유희관(두산)에 김광현(SK)까지. 토종 좌완들이 시즌 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13일 현재 KBO리그 평균자책점 순위 1~10위 안에는 외국인 선수가 5명 있다. 지난해 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든 편이다. 나머지 5명은 당연히 국내 선수들로 채워져 있는데, 5명 중 평균자책점 3.05로 5위인 윤성환(삼성)을 제외한 4명은 좌완이다. 그만큼 토종 좌완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양현종이다. 12일 광주 kt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1피안타 7탈삼진 4볼넷 2실점(1자책)한 양현종은 시즌 4승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팀의 3-2 승리에 기여하며 평균자책점을 1.98로 더욱 낮췄다. 이 부문 2위인 에릭 해커(NC, 2.64)와도 꽤 격차를 보이고 있다. 8경기에서 소화한 이닝도 50이닝으로 많다.

지난해 토종 최다이닝 투수였던 유희관도 10일 잠실 한화전 완봉승을 통해 평균자책점이 3.02로 낮아졌다. 5승 1패로 김광현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이기도 한 유희관은 7경기 47⅔이닝으로 올해도 토종 최다이닝에 도전하고 있다. 1.13의 낮은 WHIP는 양현종(1.36)보다 낮아 더 안정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비록 평균자책점에서는 양현종과 유희관에 뒤지지만 김광현은 에이스라는 명성에 손색없는 피칭을 하고 있다. WHIP(1.04)는 셋 중에서도 가장 좋다. 유희관과 똑같이 5승 1패를 기록 중인 김광현은 유희관과 마찬가지로 한 경기만 잘 던지면 3.19인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내릴 수 있다.
이 셋은 평균자책점 순위에서 1, 3,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이후 평균자책점 6위 안에 토종 좌완투수가 셋이나 포함됐던 적은 총 다섯 번 있었다. 2001년에는 SK 소속이던 (작은) 이승호가 3위(3.55), 그의 팀 동료였던 오상민(3.57)이 5위, 두산의 이혜천(3.62)이 6위였다. 그러나 이들 중 오상민과 이혜천은 각각 69이닝, 53경기에 등판해 전문적인 선발투수라 보기는 힘들었다.
반면 2006년에는 젊은 투수들의 힘이 돋보였다.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한화의 괴물신인 류현진(2.23)을 필두로 이혜천이 4위(2.79), 현대 장원삼(2.85)이 5위였다. 2008년에는 류현진(3.31)이 8위로 밀려났음에도 2위 SK 김광현(2.39), 3위 LG 봉중근(2.66), 5위 우리 장원삼(2.85)이 6위 안을 지켰다.
2009년에는 SK의 김광현(2.80)과 전병두(3.11)가 1, 2위를 차지했고, KIA 양현종(3.15)이 5위로 들어왔다. 이 해에는 봉중근, 류현진, 롯데 소속이던 장원준까지 총 6명의 토종 좌완투수가 평균자책점 1~10위 안에 포진해 있었다. 이듬해 류현진(1.82), 김광현(2.37), 삼성으로 팀을 옮긴 장원삼(3.46)은 각각 1위, 2위, 6위가 됐다. 그러나 이후에는 토종 좌완들의 시대가 오지 않았다.
올해는 선발투수 셋 외에 의외의 인물도 있다. 바로 권혁(한화)이다. 규정이닝 바깥에 있던 권혁은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2볼넷 1실점해 블론세이브 후 승리를 챙겼다. 동시에 시즌 34이닝으로 규정이닝에 재진입해 평균자책점 랭킹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팀이 30경기 이상 치른 상태에서 불펜투수가 평균자책점 순위에 오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경기 수가 누적됨에 따라 권혁은 앞으로 여기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권혁이 빠지더라도 아직까지는 5년 만에 토종 좌완들의 전성시대가 돌아왔다는 말이 결코 틀린 표현은 아니다. 각 팀의 토종 에이스인 세 좌완투수들이 계속해서 안정된 투구를 이어가며 2015년을 토종 좌완의 해로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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