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벌떼야구가 역대급 기록을 향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12일 대구 삼성전에 8명의 투수를 투입하며 5-4로 승리했다. 선발 안영명이 갑작스런 허리 근육통으로 2이닝만 던지고 내려간 다음 박성호(⅓이닝)-임준섭(1이닝)-정대훈(⅔이닝)-김기현(⅔이닝)-송창식(1이닝)-박정진1(1⅓이닝)-권혁(2이닝)까지 투수교체만 7번하며 마운드 총력전을 펼쳤다.
한화는 지난달 3일 마산 NC전에서도 8명의 투수를 투입한 바 있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투수출장은 롯데가 4월10일 사직 한화전에서 9명을 투입한 게 가장 많지만 경기당 평균으로 따지면 한화가 압도적인 1위다. 시즌 34경기에서 180명의 투수들이 등판했다. 경기당 평균 5.3명으로 리그 전체 1위 기록.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생팀 kt가 경기당 평균 4.8명으로 뒤를 잇고 있지만 한화보다 0.5명을 적게 쓴다. 경기당 평균 4.1명으로 투수 투입이 가장 적은 삼성·넥센과 비교해 보면 한화가 얼마나 많은 투수들을 한 경기에 집중 활용하는지 알 수 있다. '벌떼야구'라는 칭호가 전혀 아깝지 않다.
한화의 경기당 평균 투수 5.3명은 KBO리그 역대를 통틀어 최다 페이스다. 역대 가장 많은 투수를 쓴 팀은 2010년의 LG로 그해 133경기에서 646명의 투수를 썼다. 경기당 평균 4.9명으로 역대 1위였다. 한화는 2010년 LG를 넘어 최초로 경기당 평균 5명이 넘는 투수를 투입, 차원이 다른 벌떼야구를 한다.
김성근 감독은 예부터 여러 투수들을 번갈아 활용하는 벌떼야구로 유명했다. 각자 투수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 같은 벌떼야구는 살림이 넉넉하지 못했던 쌍방울 시절부터 본격화됐다. 1998년 쌍방울은 경기당 평균 4.2명으로 당시 기준 최다 기록이었다.
LG로 옮겨와서도 마찬가지. 2002년 김성근 감독의 LG는 133경기에서 588명의 투수로 경기당 평균 4.4명을 투입했다. 이어 SK 왕조 시절에도 김 감독은 벌떼야구로 리그를 지배했다. 2007년 4.7명, 2008년 4.8명, 2009년 4.2명, 2010년 4.4명, 2011년 4.2명으로 꾸준히 경기당 4명 이상 투수를 썼다.
한화에서도 김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선발투수들의 힘이 떨어지자 불펜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과거보다 더 독한 벌떼야구를 펼치고 있다.
이기는 경기에 집중 투입되는 '필승 듀오' 권혁과 박정진이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22경기에 등판하고 있고, 중간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하는 송창식과 정대훈이 18경기로 뒤를 잇는다. 좌완 원포인트 김기현도 14경기를 나왔고, 안영명도 선발 6경기 이전 구원 6경기까지 12경기를 등판했다. 신인 김민우도 주로 추격조 역할을 맡아 10경기를 채웠다. 두 자릿수 경기 등판 투수가 8명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한화다.
13일 현재 한화는 18승16패를 거두며 5할 승률 유지하고 있다. 강력한 벌떼야구로 버티는 힘이 생겼다. 아울러 평균 경기시간도 연장 포함 3시36분으로 최장. 리그 평균(3시간19분)보다 17분을 더 오래 하며 벌떼야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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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