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가 점유율 축구를 정착시킨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 앞에서 점유율을 버리고 미소를 지었다.
승자는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하지만 웃지 못했다. 압도적인 경기 내용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바르셀로나와 2차전에서 3-2로 이겼다. 그러나 1·2차전 합계 5-3으로 패배해 결승행 티켓을 바르셀로나에 내줬다.
경기 내용을 놓고 보면 바이에른 뮌헨이 더 크게 이겼어야 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총 20차례의 슈팅을 시도했다. 바르셀로나는 5차례에 그쳤다. 점유율 싸움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이 53-47로 앞섰다. 패스 횟수(584-483), 패스 성공(503-401) 등 모든 면에서 크게 앞섰지만 결과는 단 1골 차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를 제대로 펼쳤다. 짧고 정확한 패스와 높은 점유율, 또한 점유율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많은 슈팅 기회를 잡아 바르셀로나는 경기 내내 흔들었다. 그리고 경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큰 의미가 없는 승리다. 전반전에 이미 결승전 진출에 쐐기를 박은 바르셀로나는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했다. 사실상 결승전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이날 경기보다 18일에 열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정규리그가 더 중요했다. 자연스럽게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집중력도 떨어졌다.
승부처였던 전반전만 놓고 보자. 물론 바이에른 뮌헨이 바르셀로나보다 점유율을 비롯한 모든 내용에서 앞섰다. 특히 점유율에서 '바르셀로나=점유율'이라는 기존의 공식이 깨져 있었다. 하지만 전반전 결과에서 앞선 건 바르셀로나였다. 빠른 역습과 정확한 마무리는 바이에른 뮌헨의 의미없는 슈팅보다 위협적이고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바르셀로나의 이런 모습은 이번 시즌 처음이 아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는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원에서의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를 내세운 역습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바이에른 뮌헨전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29분 네이마르의 득점을 보면 바르셀로나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르셀로나 문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골대 안으로 공이 들어가기까지 단 3명의 선수만 거쳤다. 수비가 길게 올린 패스를 리오넬 메시의 머리에 스친 후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연결됐고, 네이마르가 받아 골을 넣었다.
이런 바르셀로나의 변화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씁쓸할 뿐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바르셀로나의 지휘봉을 잡았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점유율 축구를 바르셀로나에 완벽하게 정착시켜 세계를 호령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점유율 축구의 잔재는 시대의 변화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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