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정현, 서브 속도 210km 나와야 탑10 가능"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5.13 14: 50

 "탑 10을 넘어 그 이상 가려면 서브 속도가 210km 정도는 나와야 한다."
한국 테니스의 살아 있는 레전드 이형택(39)이 자신을 넘어 또 다른 기록을 세우겠다는 정현(19, 세계랭킹 88위)의 당찬 각오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정현은 지난 12일 서울오픈 챌린저 대회 1회전을 가볍게 통과하며 지난주 부산오픈 챌린저 우승에 이어 2주 연속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정현은 부산오픈 우승으로 ATP(남자프로테니스) 세계 랭킹 88위서 19계단이나 도약한 69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의 역대 최고 랭킹은 이형택이 세운 36위다. 정현은 이제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정현은 13일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센터코트 미디어룸서 열린 르꼬끄 서울오픈 챌린저 테니스대회 공식 기자회견서 "이형택 선배의 기록을 당연히 깨고 싶었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사정권에 들어올지는 몰랐다. 이 기록을 먼저 깨고 다른 기록을 세우겠다"면서 "목표 랭킹은 아직 생각 안해봤지만 그랜드 슬램 트로피를 한 번은 들어보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던졌다.
정현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형택은 이런 정현이 대견스러운 듯했다. "현이가 굉장히 잘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탑 수준이다. 랭킹 상승 폭이 크다"면서 "현이는 많은 경험을 쌓고 있다. 베르디흐 등 조금 더 잘하는 선수와 하면서 못 이길 상대가 아니라는 걸 느낀 것 같다. 나도 샘프라스와 하면서 다른 세계의 선수가 아니라 한 번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가파르게 자라나는 후배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러면서 이형택은 "현이가 탑 10을 넘어 그 이상 가려면 서브 속도가 210km 정도는 나와야 한다. 랭킹이 더 높은 선수들과 할 때는 중요한 순간 서브 포인트가 나와야 경기를 편하게 할 수 있다"면서 "스트로크는 탑 선수와 붙어도 밀리는 게 없다. 200km 이상 나오는 탑 선수들처럼 서브를 할 수 있으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정현은 세계 랭킹 수직 상승으로 내달 영국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윔블던 본선에 직행했다. 이형택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게 현이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메이저 대회는 5세트라 다를 수 있다. 처음부터 1~2세트를 따는 게 체력 안배나 분위기상 좋다. 급하게 생각하기 보단 여유를 갖고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3세트처럼 짧게 해서 끝낸다는 생각보다는 길게 가져가야 한다"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덧붙였다.
이형택은 후배들의 선전으로 한국 테니스가 다시 한 번 중흥기를 맞길 기원했다. 그는 "현이가 잘하면서 인터뷰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내가 '우리동네예체능'에 나오면서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많아졌다. 그런 와중 정현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랭킹이 올라갔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다"면서 "현이 외에도 이덕희, 홍성찬, 임용규 등 잘하는 선수들도 많다. 나와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직접 와 닿지는 않겠지만 같이 운동했던 현이가 잘하니깐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실제로 훈련도 전보다 더 열심히 한다. 100위대 선수가 1~2명만 더 나와도 한국 테니스가 1980년대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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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이덕희-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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