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이닝 무실점’ 고효준, 구원 역투로 생존신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13 21: 47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던 고효준(32, SK)이 구원 역투로 화끈한 생존신고를 했다. 컨디션을 관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좋은 투구를 펼치며 도망가려는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고효준의 구원 역투는 SK 마운드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였다.
고효준은 올 시즌 SK의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말이 좋아 롱릴리프지 사실 언제 등판할지도 모르는 추격조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졌을 때, 혹은 경기가 크게 기울었을 때 등판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SK가 5월 이후 상승세를 타고 이기든 지든 비교적 빡빡한 승부를 하면서 좀처럼 고효준에게 등판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마치 1군 엔트리에 없는 선수인 듯 했다.
몸을 풀다 등판 타이밍을 놓쳐 다시 불펜 의자에 앉기 일쑤였다.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용희 SK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김 감독은 13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백인식과 고효준의 등판 기회가 좀처럼 없다. 나갈 상황이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김상진 투수코치 역시 “많이 나가는 선수들은 많이 나가는 선수대로, 나갈 기회가 없는 선수들은 그 선수들 나름대로 미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안쓰러워했다.

SK는 5월 들어 선발투수들이 대부분 5~7이닝을 던지며 순항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고효준은 등판 기회는 사라져갔다. 그런데 이날 공교롭게도 초반부터 등판 기회가 만들어졌다. 1회 선발 윤희상이 투구 중 팔꿈치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고 김용희 감독은 선수보호차원에서 불펜 조기 가동을 결정했다. 그렇게 고효준이 4월 28일 NC전 이후 보름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 몸을 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오래간만의 등판치고는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고효준은 오히려 던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듯 했다. 갑작스러운 등판임에도 불구하고 2회부터 최선을 다해 던지며 두산 타선을 막아냈다. 2회 2사 후 김현수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했으나 홍성흔을 3루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3·4회는 안정적이었다. 3회에는 오재원을, 4회에는 최주환을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각각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5회에는 선두 정수빈에게 1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고효준은 1루 베이스를 향해 손을 내미는 투혼까지 발휘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아웃시키겠다는 고효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몸짓이었다. 2사 후에는 오재원의 1루 땅볼 때 박정권의 실책까지 나오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재환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2루수 박계현이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뒤 1루에서 아웃시키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6회 서진용에게 마운드를 넘긴 고효준은 4이닝 동안 53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2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승패와는 무관했지만 자칫 초반부터 큰 차이가 날 수도 있었던 경기의 흐름을 팽팽하게 붙잡는 몫을 충실히 했다. 오히려 53개의 투구수가 아쉬울 법도 했던 고효준의 복귀전(?)이었지만 고효준의 건재를 확인한 SK로서는 향후 불펜 운영의 폭이 넓어졌다.
skullboy@osen.co.kr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