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8, LA 다저스)의 복귀 시점이 늦어지면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억측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선은 대부분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라는 지점으로 향해 있다. 류현진 스스로가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시범경기 도중 왼 어깨에 통증을 느끼며 부상자 명단(DL)에 오른 류현진은 당초 예상했던 복귀 시점을 맞추지 못했다. “적어도 5월 정도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현재 페이스라면 빨라도 6월에나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전망이다. 세 차례의 불펜피칭을 소화하며 재활 수순을 밟던 중 브레이크가 걸렸다. 예상보다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다저스도 류현진을 60일 DL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잠시 휴식을 거쳐 다시 투구를 재개할 예정이다.
국내는 물론 현지에서도 류현진에 대한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류현진은 통증이 생긴 직후인 지난 3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다. 여기서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계속 복귀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미 CBS스포츠의 컬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류현진의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 어깨 관절마모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일단 류현진의 사정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구단은 “MRI 판독 결과 2013년 입단 당시와 차이가 없다”라는 공식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어깨 상태가 크게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단순한 피로 누적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발언이다. 현장에서도 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MRI 필름이 ‘깨끗하다’라는 것이다.
한 트레이너는 “류현진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보도된 것에 따르자면 현 시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어깨 슬랩이다”라고 말했다. 슬랩이란 간단하게 이야기해 어깨 관절의 연골판이 찢어지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이 트레이너는 “슬랩의 경우는 단순한 재활로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완치를 장담할 수 없다. 평생 안고 가야할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투수의 어깨를 수술하는 것 자체가 도박이자 큰 부담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 이 트레이너는 “슬랩의 경우라면 100% MRI에 잡힌다. 만약 이 증상이었다면 다저스 구단도 알고 있을 것이고 수술에 대한 이야기가 당연히 나왔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판별할 수 있는 이 증상을 미국이나 다저스에서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팔에 힘이 빠지는 이른바 ‘데드암’ 증상에 대해서는 류현진이 직접 나서 해명을 했다. 류현진은 OSEN을 비롯한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데드암이 뭔가?”라고 오히려 되물었을 정도다. 설사 데드암이라고 해도 휴식과 재활로 이를 극복한 사례도 적지 않아 역시 최악의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헤이먼의 보도대로 관절 마모 가능성은 있다. 뼈와 뼈를 연결해주는 관절이 마모될 경우 뼈끼리 충돌할 수밖에 없고 근육의 부담이 늘어나 자연히 통증이 생긴다. 미세한 관절 마모의 경우는 MRI에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현직 프로야구 트레이너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이는 오랜 기간 공을 던진 투수라면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현상이다. 프로 데뷔 이후 1613이닝을 던진 류현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역시 심한 상황이 아니라면 휴식과 재활, 그리고 철저한 관리로 이겨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트레이너들은 “어깨에 쌓인 피로도 때문에 투구시 공을 끌고 나오는 동작에 문제가 생기거나 각도가 정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류현진 뿐만 아니라 직전 시즌 많은 이닝을 던진 선수들이 흔히 보이는 증상이다. 이 각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강운동을 하고 세밀하게 관리를 받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재활 과정을 착실히 밟는다면 조만간 다시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부상이 잦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감은 어쩔 수 없다.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춘 류현진과 다저스의 이번 재활 행보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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