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 안영명이 이틀 만에 다시 선발로 나온다. 3연전 시리즈 첫 날에 이어 마지막 날까지 선발로 등판하는 보기 드문 케이스가 됐다. 예측불가 한화 야구의 정점을 찍고 있다.
한화는 14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삼성과 원정경기에 안영명을 선발 예고했다. 선발 로테이션 순서대로라면 배영수가 나올 차례였다. 그런데 13일 경기를 마친 뒤 발표된 선발은 뜻밖에도 안영명이었다. 안영명은 지난 12일 삼성전에 선발등판한 바 있다.
이날 안영명은 2이닝만 던지고 조기에 내려갔다. 허리에 경미한 근육통을 느낀 그는 투구수 39개만 기록했다. 많이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틀 만에 다시 선발로 등판하는 건 무리가 가지 않는다. 다만 선발 로테이션 순서를 바꿨다는 점에서 예측불가 운용임에는 분명하다.

한화는 2년 전에도 3연전 시리즈에 동일한 선발투수를 2번이나 기용한 적이 있다. 그해 4월12일 대전 LG전에서 김혁민이 선발로 나와 2이닝 동안 38개 공만 던지고 3실점하며 강판됐다. 당시 김혁민은 부상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로부터 하루를 쉬고 14일 LG전 다시 선발 출격했다.
그러나 김혁민은 이틀만의 선발등판에서 3이닝 6실점으로 일찌감치 무너졌고, 한화도 LG에 0-8 영봉패를 당하며 개막 13연패 수렁에 빠졌다. 당시 김응룡 감독의 마운드 운용을 놓고도 말이 많았지만, 다음 날 선발도 경기 중 결정할 정도로 투수 자원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 불가피한 고육책이었다.
올해 안영명의 선발등판은 고육책보다 일종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2년 전과 다르게 어느 정도 선발 로테이션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날 안영명에게 허리 근육통이라는 돌발변수가 있었고, 미치 탈보트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로테이션 한 자리가 빈 상황에서 공백을 최소화할 운용이 필요했다.
케이스는 조금 다르지만 안영명은 이 같은 기용법에도 익숙한 투수다. 지난해 6월10일 광주 KIA전에 구원으로 나와 ⅔이닝 9개의 공을 던지며 세이브를 따낸 뒤 하루를 쉬고 12일 KIA전에 선발등판한 바 있다. 안영명은 "연투를 해도 팔에 알이 배이지 않는게 복이다"고 말할 정도로 타고난 강골의 몸이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투수 운용 스타일을 볼 때 안영명이 초반부터 흔들리면 불펜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3연전 첫 날 8명의 투수를 투입한 것처럼 특유의 불펜 벌떼야구 전략으로 승부할 수 있다. 이틀 만에 다시 선발로 나오는 안영명이 쉽게 내다볼 수 없는 한화 야구의 예측불가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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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