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양상문 감독이 어느덧 1년을 함께했다. 2014년 5월 13일 LG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던 양 감독은 지난 13일 잠실 NC전서 6-2로 승리, 1주년 경기를 가져가며 2연승을 이뤘다. LG는 양 감독 부임 후 68승 61패 1무(포스트시즌 성적 제외)를 기록 중이다. 1년 동안 양 감독이 LG에서 남긴 발자국들을 돌아봤다.
▲ 기적의 2014...KBO리그 새 역사 썼다
1년 전 LG는 사실상 ‘시즌 포기’상태였다. 시즌 초반이긴 했으나, 10승 23패 1무로 최하위. 게다가 4위권과 7.5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투타 밸런스는 엉망이었고, 외국인선수 세 명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병살타가 쏟아져 나왔고, 연장전만 가면 패했다. 2013시즌 정규시즌 2위는 신기루 같았다.

그런데 양 감독 부임 후 하나씩 톱니바퀴가 맞아 떨어졌다. 불펜진을 재편, 불펜투수들에게 확실한 보직을 부여했다. 사령탑으로서 맞이한 첫 경기부터 깔끔한 불펜 운용으로 5-0 영봉승을 거뒀다. 정찬헌과 윤지웅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필승조로 올려놓았고, 신재웅은 전천후 불펜요원으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LG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전원필승조’ 불펜을 구축했다. 봉중근 이동현 유원상으로 구성됐던 필승조에 세 투수가 추가되며 2년 연속 불펜진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 경기 후반에 더 강한 팀이 됐다.
고전하던 코리 리오단은 양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적극적으로 타자들과 승부하며 쉽게 범타를 만들어냈다. 안정된 제구력과 함께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 LG 선발진의 이닝이터로 떠올랐다. 주춤했던 류제국과 우규민도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세를 찾으며 선발진이 원활하게 돌아갔다.
타선에도 변화를 줬다. 1번 타자로서 맹활약하던 박용택을 3번 타순에 넣었고, 정성훈을 리드오프로 기용했다. 둘은 기대대로 타순에 맞게 만점활약을 펼쳤다. 정성훈은 1번 타자 전환 후 출루율 4할4푼4리를 찍었고, 박용택은 득점권 타율 4할1푼으로 해결사가 됐다. '미완의 대기'였던 이병규(7번)를 두고 "최형우와 비교될 만한 기량을 지녔다"며 4번 타순에 박아 놓았다. 그러자 이병규는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며 LG의 4번 타자 고민을 해결했다. 7월에는 외국인타자 조쉬벨 교체를 결정, 브래드 스나이더를 영입해 승부수를 걸었다.
LG는 한 계단씩 뚜벅 뚜벅 올라갔다. 2014년 6월 13일 탈꼴찌에 성공한 후, 약 70일 후인 8월 22일에는 4위에 자리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SK와 치열한 4위 다툼을 벌였는데, 끝까지 4위 자리를 사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양 감독 취임 당시 5할 승률 ‘-13’, 6월 8일까지만 해도 5할 승률 ‘-16’이었던 팀이 가을잔치 티켓을 얻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KBO리그 역사상 5할 승률 ‘-10’ 이상으로 떨어졌던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LG가 처음이었다. LG는 기세를 몰아 NC와의 준플레이오프도 승리,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를 맛봤다.
▲ 시즌 종료와 동시에 도미니카행...신구조화 노리다
LG의 2014시즌은 10월과 함께 막을 내렸다. 10월 31일 넥센과 플레이오프 4차전서 패한 LG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기적의 행보를 마쳤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까지 2승만 남겨 놓고 발걸음을 돌렸다.
아쉬움이 컸던 만큼, 양 감독은 멈추지 않았다. 잠시 LG를 떠나 해설위원을 역임했던 차명석 코치를 일찍이 붙잡아 뒀다. 양 감독은 이미 6월에 차 코치에게 수석코치직을 제안했다. 정규 시즌이 끝나기에 앞서 차 코치는 신예 선수들을 이끌고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마무리 캠프를 진두지휘했다.
그리고 양 감독은 휴식도 없이 유지현, 강상수 코치와 함께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해 도미니카로 떠났다. 플레이오프가 끝나고 사흘이 지나자 양 감독은 이미 도미니카에 있었다. 도미니카 윈터리그를 관전하며 일찍이 2015시즌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첫 번째 목표였던 레다메스 리즈와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았고, 외국인 야수 영입에도 진전이 없었다. 결국 루카스 하렐-헨리 소사-잭 한나한 순서로 2015시즌 외국인선수 계약이 체결됐는데, 베스트 시나리오와는 차이가 있었다.
악재도 따랐다. 시즌 종료 후 류제국과 우규민이 수술대에 오르며 2015시즌 시작을 함께 할 수 없게 됐다. 그만큼 스프링캠프가 중요해졌다. 신예 발굴을 통한 신구조화를 목적으로 지난 1월 16일 애리조나행 비행기에 올랐다. 스프링캠프에서 김용의와 문선재를 전문 외야수로 내세웠고, 최승준 채은성 임지섭 임정우 김선규 등을 팀의 주축으로 올려놓기로 했다.

▲ 미생으로 맞이한 2015시즌...반등 보인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2015시즌이 시작됐다. 류제국과 우규민의 결장은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한나한이 기약 없는 재활에 들어가며 부족한 전력으로 개막을 맞이했다. LG는 KIA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내줬고 3연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박용택이 독감으로 결장하고 봉중근이 깊은 부진에 빠지는 등 악재가 계속됐다. 기대했던 최승준도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LG는 4월 30일까지 시즌 전적 13승 13패, 5할 승률을 맞췄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류제국과 우규민의 빈자리를 잘 메웠던 토종 선발투수들이 한계에 직면하며 조기강판 당했다. 타선은 터닝포인트를 찾지 못한 채 빈타에 시달렸다. 한나한은 5월이 됐는데도 미개봉 상태였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투수 루카스는 마운드 위에서 ‘멘붕’을 겪었다. 선발진에 소사 외에는 믿을만한 투수가 없었다. 7연패에 빠졌고, 순위도 9위로 수직하락했다.
그러나 잃어버렸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아나가고 있다. 한나한이 지난 7일 잠실 두산전부터 출장했고, 류제국도 지난 9일 2015시즌 첫 1군 경기를 소화했다. 우규민은 14일 잠실 NC전에 나선다. 루카스도 지난 10일 수원 kt전에서 이전과는 다른 투구 내용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부진했던 봉중근과 신재웅도 페이스가 올라와 불펜진 또한 다시 두꺼워졌다. 타순을 재조정, 정성훈을 작년처럼 1번 타순에 넣었다. 대졸 신인 박지규를 주전 2루수로 배치하고, 고졸 신인 안익훈을 경기 후반 투입하는 등, 목표로 했던 신구조화도 이뤄지고 있다. 임지섭도 곧 1군에 돌아오며, 최승준 역시 1군 콜업 시기를 조율 중이다. 5월 13일 기준 16승 20패. 순위는 9위지만, 4위까지 승차는 3경기 밖에 안 된다. 아직 100경기가 넘게 남았다.
양 감독은 지난 13일 잠실 NC전에서 승리한 후 “1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좋은 일들도, 힘든 일들도 있었는데, 오늘 경기에 앞서 선수들과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하자고 다짐했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앞으로 좋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년 전에도 좋은 일이 있었는데, 좋은 기운이 지금부터 다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2015시즌도 반등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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