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잘 하는 사람이 잘 한다’는 말이 있다. 처음부터 야구를 잘 했던 선수가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며 은퇴하기 전까지도 활약한다는 이야기다.
LG 트윈스에서 이러한 ‘야잘잘’의 표본은 정성훈(35)이다. 정성훈은 1999년 해태 입단 후 꾸준히 기량이 올라가고 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지만, 정성훈의 각종 타격지표는 여전히 상승곡선이다.
올 시즌 정성훈은 타율 3할8푼1리(5월 13일 기준)로 타율 부문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출루율 4할4푼8리, 장타율 .549로 두 시즌 연속 3-4-5(타율 3할·출루율 4할·장타율 .500 이상)가 보인다. 정성훈의 ‘3-4-5’시즌은 2014시즌이 처음이었다.

아무리 ‘야잘잘’의 표본이라고 하지만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어느 야구리그를 봐도 서른 살이 훌쩍 넘은 시점에서 기량이 향상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정성훈은 1차 FA 이전보다 이후, 2차 FA 이전보다 이후 더 나은 기록을 찍고 있다.
정성훈은 LG 입단 이전인 1999시즌부터 2008시즌까지 타율 2할8푼6리 OPS .793(출루율 0.375 장타율 .418)를 기록했다.이후 2009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LG와 4년 FA 계약을 체결했다. 정성훈은 2009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FA 계약기간 동안 타율 2할9푼2리 OPS .801(출루율 0.378 장타율 .423)을 올렸다. LG 핫코너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으며 팀이 기대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2012시즌이 끝나고 정성훈은 다시 FA 자격을 얻었다. 지난 4년 동안 빼어난 활약을 펼친 만큼, 정성훈을 향한 러브콜은 대단했다. 심지어 정성훈 스스로 “내가 이렇게 많은 돈을 받는 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금액이 기다린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정성훈은 LG에서 보낸 4년을 만회하고 싶었다. 4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당시 정성훈은 “LG를 떠나면 도망자 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성적만 난다면 어느 팀에서 뛰는 것보다 값진 환희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LG에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며 LG와 재계약을 선택했다.
아직 2차 FA 기간이 진행 중이지만, 2013시즌부터 2015년 5월 13일까지 정성훈의 성적은 엄청나다. 타율 3할2푼8리 OPS .896(출루율 0.418 장타율 .478)으로 잠실구장에선 찍기 힘든 숫자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수비 포지션이 3루에서 1루로 바뀌긴 했으나, 올 시즌 첫 한 달 동안에는 다시 3루수로 나서며 잭 한나한 공백 메우기에 앞장섰다. LG 또한 2013시즌과 2014시즌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 정성훈의 다짐은 현실이 됐다.
어느 타순이든 팀이 원하는 역할을 척척 해낸다. 클린업에선 타점을 쌓는 해결사가, 1번 타순에선 출루머신이 된다. 지난해 1번 타자로 출장한 경기서 출루율이 4할4푼4리에 달했다. 투수의 공 한 두 개를 그냥 보내는 여유를 보이면서도, 날카로운 선구안을 유지하며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 항상 포수의 볼배합을 연구하고, 상대 배터리의 허를 찌른다.
정성훈은 이렇게 매년 더 기량이 향상되는 비결에 대해 “시간이 흐를수록 타석에서 여유가 생긴다. 어릴 때는 힘으로만 치려고 했는데 이제는 힘은 안 되지만, 여유 있게 내가 칠 수 있는 공만 노릴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정성훈은 다시 1번 타자로 돌아간 것을 두고는 “올해 타격폼을 조금 바꿨는데, 다시 1번 타자로 돌아가서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작년에 해본 만큼, 부담은 안 된다”며 자신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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