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잘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팬들의 기대치는 그보다 더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팬들도, 선수 스스로도 그 성적에 만족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그랬던 김현수(27, 두산)가 쾌조의 페이스를 선보이며 또 다른 대박 시즌을 기대케 하고 있다. 최고 타자 타이틀 탈환에도 나설 기세다.
김현수는 프로 데뷔 이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리그 최고의 교타자로 각광을 받았다. 풀타임 주전 첫 해였던 2008년 3할5푼7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3년 만에 타격왕에 올랐다. “안타를 치는 기계”라는 호평이 자자했다. 국제대회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09년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과 똑같은 타율(.357)을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올랐고 홈런(23개)은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4할도 못 치면서 무슨”이라는 농담까지 나온 시기다. 그만큼 김현수의 정교한 타격은 항상 안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타율 측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았다. 2010년 3할1푼7리를 기록하며 리그 10위에 오른 이후 지난해까지 타격 ‘TOP 10’에 포함되지 못했다. 2012년에는 2할9푼1리, 2013년에는 3할2리였다. 분명히 좋은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껏 높아져 있는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가혹한 기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장타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선수 스스로도 답답했을 법한 시기였다.

그 사이 KBO 리그 토종 최고 타자 타이틀은 다른 선수들에게 넘어갔다. 2011년이 최형우(삼성)의 해였다면, 2012년은 김태균(한화)이 압도적인 타격 페이스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떼어 놨다. 2013년을 전후로 해 박병호(넥센)의 시대가 열렸고 지난해는 서건창(넥센)이 역사적인 단일시즌 200안타의 기록을 세우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어느덧 최고 타자를 논하는 페이지에서 김현수의 이름은 조금씩 힘을 잃어갔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두산을 넘어, 다시 리그 최고 타자 레이스에 이름을 내밀 기세다. 지난해 3할2푼2리의 타율로 반등에 성공한 김현수는 올 시즌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3일까지 31경기에 나가 타율 3할5푼을 기록 중이다. 정성훈(LG, .381) 유한준(넥센, .378)에 이어 리그 3위 기록이다. 최다안타(42개)에서는 리그 8위다. 여기에 홈런도 5개를 때리며 정확성과 장타력을 모두 잡아내고 있다.
한 해설위원은 “정교함으로 대표됐던 김현수의 타격이 장타력을 의식해 다소간 변형의 시간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타격을 보면 성숙해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라고 치켜세웠다. 정확도와 장타력을 모두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올 시즌 최고 타자를 놓고 다시 한 번 경쟁할 수 있다. 여전히 리그에는 김현수만큼 잘 치고, 동시에 멀리 칠 수 있는 타자가 드물다. 시즌 뒤 취득할 FA 권한 행사도 기대를 모으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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