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 승리' 심수창, 동료들에게 사과한 이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5.14 10: 30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심수창(34)이 마지막으로 승리투수가 된 건 2011년 8월 27일. 넥센 히어로즈 소속으로 롯데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심수창이 다시 승리를 거두기까지 걸린 시간은 1355일 이었다.
2차 드래프트로 2014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심수창은 첫 시즌 롯데에서 승패 없이 2세이브만 기록했다. 선수생활의 기로에 선 심수창은 팔각도를 바꾸는 모험을 했고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그렇게 올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줬지만 이상하게 심수창만 나가면 불펜이 승리를 날렸다.
그래도 심수창은 불펜투수 탓을 하지 않았다. 끝없는 불운에 무너지기보다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선발로 나가 7이닝 3실점을 하고도 "내가 위기에서 흔들린 탓이다. 내 탓이다"라고 자책했다.

선발로 호투를 이어가던 심수창은 팀 사정때문에 4월 말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토록 선발승이 간절했던 심수창은 이제 '승리투수' 대신 팀의 승리를 지켜줘야 할 뒷문지기가 됐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심수창은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13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넥센전. 심수창은 8-6으로 앞선 8회 1사 1,2루에서 구원등판했다. 전날 팀이 6연패를 끊었고, 이날은 불붙은 타선 덕분에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반드시 연승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심수창은 빗맞은 안타와 폭투로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승부는 최준석이 끝내기 홈런을 날린 롯데의 9-8 승리. 심수창은 그토록 바랐던 승리를 불펜에서 거뒀다. 비록 블론세이브를 했지만, 9회는 3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기에 부끄러운 승리는 결코 아니었다.
그래도 심수창은 동료들에게 사과를 했다. "내 승리보다, 팀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해서 팀에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수차례 블론세이브로 자신의 승리가 날아가는 걸 지켜봤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당분간은 롯데 뒷문을 맡아줘야 할 심수창의 각오는 하나, 승리를 지켜내는 것이다. "내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리므로 더욱 집중해서 점수를 지키려고 했다. 다음 경기에서도 팀 승리를 위해 집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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