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이전 유승안·이만수 시프트가 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5.14 13: 00

KIA 김기태 감독의 수비 시프트가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전에 볼 수 없는 기상천외 수비 시프트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KIA는 지난 13일 광주 kt전에서 5-5 동점으로 맞선 9회초 2사 2·3루에서 예상치 못한 수비 시프트를 걸었다. 투수 심동섭이 김상현 타석에 고의4구를 시도할 때 갑자기 3루수 이범호가 포수 이홍구 뒤로 향했다.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 심동섭의 폭투를 대비해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에 백업으로 위치한 것이다.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 지역 안에 있어야 한다'는 야구규칙에 따라 시프트는 없던 일이 됐지만 혹시 모를 상황까지 계산한 김기태 감독의 생각은 기발했다. 하지만 기상천외 시프트는 김기태 감독 이전에도 있었다. 유승안 경찰청 감독과 이만수 전 SK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 변형 시프트, 선구자는 유승안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후 타자 특성에 따라 수비 위치를 옮기는 시프트가 보편화됐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시프트는 2004년 6월25일 잠실 한화-두산전에 나왔다. 두산이 3-0으로 리드하고 있던 8회말 1사 만루, 한화 유승안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가 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 5인 내야진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좌익수 이영우가 1루로 들어가고, 1루수 김태균이 2루 베이스에 정위치했다. 2루수 임수민은 1~2루 사이, 유격수 이범호는 2~3루 사이, 3루수 에디 디아즈는 3루 베이스에 딱 붙었다. 외야는 2명으로 꾸렸는데 중견수 고동진이 좌중간, 우익수 최진행이 우중간에 섰다. 내야를 최대한 촘촘하게 좁혀 홈 득점을 막거나 더블 플레이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1점을 더 주면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 획기적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다. 
유 감독의 시프트는 참신했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투수 조규수가 최경환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내야를 넘어 좌측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맞은 것이다. 만약 좌익수가 정상 위치였다면 잡을 수도 있는 타구였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유 감독은 훗날 경찰청 부임 후 2009년 퓨처스 경기에서 5인 내야진 시프트를 가동해 9회말 1사 만루 위기를 병살로 끝내 승리했다. 
▲ 이만수, 두 번의 5인 내야 시프트
유승안 감독의 5인 내야 시프트는 2013년 SK 이만수 감독이 두 차례나 시도해 다시 화제가 됐다. 이만수 감독은 9회말 끝내기 상황을 대비한 5인 내야 시프트를 구상했고, 시범경기였던 그해 3월19일 목동 넥센전에서 처음 가동했다. 8-8 동점이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중견수 김강민을 2루 근처로 앞당기며 2루수 박승욱은 1~2루, 유격수 최윤석은 2~3루 사이에 위치시켰다. 5인 내야를 시험 가동했으나 투수 최영필이 밀어내기 볼넷을 주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이만수 감독은 정규시즌에도 5인 내야 시프트를 썼다. 4월14일 마산 NC전, 3-3 동점으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 끝내기 위기에서 중견수 김강민을 2루로 불러 내야에만 5명의 선수를 배치했다. 공이 외야로 뜨면 희생플라이로 경기가 끝날 수 있기 때문에 내야 땅볼을 유도해 홈 승부를 보거나 병살로 연결시키겠다는 계산이었다. 캠프 때부터 시범경기부터 연습해온 것을 진짜 정규시즌에 사용했다. 
그러나 결과는 또 실패가 되고 말았다. NC 타자 박으뜸은 초구 볼을 골라낸 뒤 SK 투수 송은범의 2구에 기습적인 번트를 댔다. 3루 주자 김종호가 이미 스타트를 끊은 상황에서 여유있게 서서 홈으로 들어와 끝내기로 승부가 갈렸다. 예상하지 못한 스퀴즈에 SK 수비는 아무런 반응을 못했다. 5인 내야 시프트도 무소용이었다. 그 날 패배 이후 더 이상 5인 시프트는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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