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에 불안감이 크다는 평가도 있었다. 스스로도 인정했다. 지난해는 공이 자신에게 오는 것이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자신감을 가지고 수비를 한다. 자신감은 실력, 그리고 성적으로 이어진다. 당찬 각오로 그라운드를 밟고 있는 SK의 차세대 2루수 박계현(23)이 향상된 수비력으로 눈도장을 찍고 있다.
박계현은 올 시즌 SK의 주전 2루수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군에 데뷔해 62경기에서 주로 교체 요원으로 뛰었던 박계현은 올해 벌써 32경기에 나갔다. 지난해 타석(129타석)의 절반을 훌쩍 넘는 77타석을 기록, 프로 데뷔 후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수비력의 향상이다. 왕성한 활동량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바쁘게 내야를 누비고 있다. 김용희 SK 감독도 “아직은 의욕이 앞서는 점이 있지만 많이 나아졌다”라고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좋은 컨택 능력, 그리고 빠른 발을 갖추고 있는 박계현이 SK의 확고부동한 2루수로 자리잡지 못했던 것은 수비와 연관이 있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했다. 2군과 1군은 달랐다. 나주환 이대수 등 베테랑 선수들의 이름이 더 크게 들어온 이유다. 김용희 감독 또한 박계현을 통한 뛰는 야구를 설계하면서도 수비력에서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비교적 무난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가면서 더 나아지는 면도 뚜렷하다.

박계현은 올 시즌 2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나는 시즌 극초반에 나왔고 4월 28일 인천 NC전 이후에는 아직 실책이 없다. 육안상으로도 수비력에 안정감이 붙었다. 이에 대해 박계현은 “올해는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엄청나게 붙었다. 이제는 ‘나한테 공이 와라’라는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라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지훈련 기간 중 수비에 공을 들였고 그런 땀에 대한 믿음이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실제 박계현은 13일 인천 두산전에서 두 개의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5회 2사 1루에서 박정권이 타구를 뒤로 흘리는 실책을 범했다. 그런데 1루 주자가 3루까지 가지 못한 것은 박계현의 빠른 백업 플레이 때문이었다. 타격이 된 순간부터 빠른 발로 우익선상을 향해 달려가던 박계현은 빠진 공을 바로 달려가 잡아 추가 진루를 막았다.
더 좋은 수비는 그 다음에 나왔다. 2사 1,2루에서 김재환이 깨끗한 중전안타성 타구를 쳤다. 그러나 박계현은 잰걸음으로 타구를 쫓더니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공을 잡아냈다. 공만 막아둬도 성공인 상황에서 빠른 동작으로 1루에 송구까지 해 이닝을 종료시켰다. 박계현의 수비 두 개가 실점을 막아낸 셈이었다.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박계현의 이름 석 자를 수비에서 각인시킨 경기였다.
2루수는 많이 움직이는 포지션이다. 베테랑 선수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다. 앞선 상황처럼 매번 백업 플레이를 위해 뛰어가야 하고 유격수와도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계현은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전혀 없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방망이. 좀처럼 빠른 공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박계현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으려고 한다”며 툭툭 털어버리고 있다. 수비의 안정감에서 찾은 자신감으로 타격으로 이어지는 순간, 박계현도 자신의 자리를 확실하게 굳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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