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서진용, SK 장기 프로젝트 시작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14 13: 10

홈런 한 방을 맞고 2실점을 했지만 이를 나무랄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공격적인 승부, 그리고 배짱 있는 승부에 팬들은 가능성을 찾은 듯 환호했다. 13일 강렬한 데뷔전을 가진 서진용(23)의 이야기다. 하지만 SK는 여전히 신중한 시선이다. 하루아침에 선수가 만들어지지 않는 만큼 성과에 고취되지 않고 원래 계획을 따라 간다는 생각이다.
SK 마운드의 최고 기대주로 손꼽혔던 서진용은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1-3으로 뒤진 6회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8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이후 첫 출장, 그리고 자신의 1군 무대 첫 출장이었다. 긴장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지만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잡아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7회 2사에서 오재원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1-3의 경기가 1-5로 바뀌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경기를 붙잡지 못한 서진용에게서 패배의 이유를 찾을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용희 SK 감독은 경기 후 서진용의 투구를 칭찬했고 팬들도 “잘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내용에서는 희망적인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고 151㎞에 이르는 빠른 공을 공격적으로 뿌린 서진용은 맞지 않기 위해 피해가는 경우가 많은 다른 신진급 선수들과는 달랐다. 두산의 강타자들을 상대로 거침없는 빠른 공 승부를 펼쳤다. 간혹 제구가 안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두산 타자들의 정타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위력 있는 공이었다.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보다 체감적으로는 더 빨라 보였을 것이라는 게 팀 동료들의 부연설명이다.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라는 김현수도 빠른 공 두 개에 헛스윙을 하며 삼진으로 물러났고 베테랑 홍성흔은 빠른 공 승부에서 이어지는 포크볼에 역시 헛손질을 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효봉 SKY SPORTS 해설위원 또한 “SK에 좋은 투수가 나온 것 같다”라며 빠른 공 구위와 싸움닭 심장을 칭찬했다. 오히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오재원에게 맞은 홈런 또한 좋은 공부가 됐을 법했다.
경남고 졸업반 당시 투수로 전향한 서진용은 SK가 2011년 신인지명회의에서 1차 전체 7순위로 뽑은 선수다. 고등학교 때는 투수로 보여준 것이 없어 “이해할 수 없는 지명”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그 선수다. 하지만 SK는 싱싱한 어깨와 체격조건에서 발전 기회를 봤다. 그리고 그 발전 가능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 바로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현재 SK의 코칭스태프들이다. 김 감독은 SK 퓨처스팀(2군) 감독 시절 서진용을 직접 챙겼다. 당시 투수코치는 현재 1군을 이끌고 있는 김상진 김원형 코치였다.
가능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서진용은 김 감독이 애지중지하는 유망주 중 하나다. 상무에서 제대한 이후 곧바로 마무리캠프에 합류시켰고 전지훈련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줬다. 김 감독은 “누가 뺏어가는 것도 아닌데 밥을 엄청나게 먹는다. 몸도 많이 좋아졌다”라고 껄껄 웃을 정도로 이 유망주의 성장을 아버지의 심정에서 즐거워했다. 그만큼 채찍도 남들에 비해 엄격한 잣대로 드는 편이다. 그 자체에서 큰 기대치를 읽을 수 있다.
그런 김 감독의 장기적인 관점 속에 서진용이 첫 발걸음을 뗐다. 김 감독을 비롯해 SK 구단 관계자들은 “3~4년 뒤 팀의 마무리, 혹은 불펜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라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그 때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착실히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김 감독도 인내심을 발휘할 태세다. 어차피 필승조가 잘 운영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비교적 여유가 있거나 뒤진 상황에서 등판시키며 1군에 적응시킨다는 계획이다.
재임기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지도자는 없지만 김 감독은 “감독은 일시적이지만 팀은 영원하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설사 자신이 팀을 떠난 이후에라도 서진용이 팀 불펜에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현재의 과정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레 서진용을 다룰 생각이다. 물론 서진용이 당찬 투구로 그 시행착오의 시간을 줄여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일단 출발을 알리는 발걸음은 결코 느리지 않았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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