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불펜이 또 무너졌다. 이번에는 마무리 윤명준이 끝내기포를 맞았다. 후유증이 적지 않을 법한 경기였다.
두산은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8-7로 앞선 9회 2사 1루에서 브라운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주저앉았다. 선두 삼성 추월의 좋은 기회를 놓쳤다.
사실 초반까지만 해도 경기가 굉장히 쉽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1회 3점, 2회 4점을 냈다. 그것도 상대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였다. 제구난에 시달린 김광현의 볼을 침착하게 골라냈고 칠 때는 치면서 2회까지 대거 7점을 냈다. 2회 김현수의 3점 홈런은 이날 승리를 예감하게 하는 축포 같았다.

선발 유네스키 마야도 2회 1실점을 하긴 했지만 5회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6회가 문제였다. 1사 후 브라운에게 좌중월 솔로홈런을 맞았다. 담장을 살짝 넘기는 홈런이었다. 이후 흔들렸다. 투구수는 90개 정도로 아직 한계투구수가 이르지 않았지만 힘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이재원 박정권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더니 정상호에게 2타점 3루타를 맞은 것에 이어 박계현에게 적시타를 맞고 7-5까지 쫓겼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두산은 승부수를 던졌다. 103개를 던진 마야를 강판시켰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든 모습임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오히려 다소 늦었다 싶은 강판 타이밍이었다. 일단 2점의 리드를 지키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좌타자 이명기를 잡기 위해 올라온 함덕주가 오히려 좌익선상 2루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추가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1점은 SK에 희망이 됐다.
7회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1사 1루 상황에서 김민식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한 이닝을 정리했다. 그러나 8회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박정권의 타구가 좌익수 방향으로 떴고 이것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이어진 것이다. 구장 특성이 십분 감안된 홈런이었지만 어쨌든 홈런은 홈런, 동점은 동점이었다.
9회 타선은 오재원의 적시타로 1점을 내며 두산 불펜에 자존심을 지킬 기회를 다시 줬고 13일 경기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인 윤명준이 9회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1사 후 박재상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다시 긴장되는 상황을 만들었고 결국 브라운의 한 방에 당했다.
올 시즌 두산 불펜은 선발진과는 달리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3일 5-2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를 기록한 윤명준의 구위는 이날도 괜찮았지만 어쨌든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두산으로는 여운이 진할 법한 역전패였다.
skullboy@osen.co.kr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